맨해튼서 아시아 여성 노린 묻지마 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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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아시아 여성을 노리는 ‘묻지마 폭행’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용의자는 젊은 흑인 남성으로 추정된다. 한인 교포들과 한국 관광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4일(현지시간) 뉴욕데일리뉴스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최근 흑인 용의자가 딱딱한 물체가 든 흰색 비닐 가방을 휘둘러 여성들의 얼굴을 가격한 뒤 달아나는 사건이 최소 3건 이상 발생했다. 확인된 3명의 피해자는 모두 20~30대 아시아 여성이다. 뉴욕 시경은 현장 인근 폐쇄회로 TV에 찍힌 용의자 모습을 공개하고 수배했다. 용의자가 어떤 둔기를 사용했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피해자 한 명은 가방에 든 둔기가 병이라고 진술했다. 첫 범행은 10일 오후 4시15분쯤 유동인구가 많은 맨해튼 소호 지역의 거리에서 일어났다. 용의자는 피해 여성(35)에게 다가와 “미국 대통령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무시하자 용의자는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금방 돌아와 단단한 물체가 든 흰색 가방으로 여성의 얼굴을 내리치고 도주했다.

 4시간 뒤 용의자는 한인타운 근처 파크애비뉴를 걷던 여성(29)을 노렸다. 여성을 지나친 뒤 코너에서 기다리다 여성이 오자 가방을 휘둘러 얼굴을 때렸다.

 세 번째 사건은 12일 자정 맨해튼 동북쪽에서 발생했다. 용의자는 어퍼이스트사이드 거리를 걷던 여성(34)에게 접근해 동일 수법의 공격을 가한 뒤 달아났다. 피해자들은 모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 뉴욕시경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는 증오 범죄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고 뉴욕데일리뉴스에 밝혔다. 그러나 범행 패턴에 대한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맨해튼의 묻지마 폭행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달 중순 행인들을 망치로 내리쳐 뉴욕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흑인 남성은 경찰의 총에 맞고 체포됐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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