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다양성·시간대특성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편성과 프로그램은 불가분의 관계다. 프로그램이 음식이라면 편성은 그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맛있고 영양분이 많은 음식을 차려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적당한 그릇에 잘 담아내는 정성도 중요하다.
그런데 개편이후 양TV 모두 편성의 기본원칙인 「다양성」과 「시간대」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KBS 제2TV 월요일 저녁시간대 편성이다.
저녁 7시30분∼8시20분까지 주간연속극 『신부교실』이 끝나면 곧이어 8시20분∼8시45분까지 주간드라머 『행묘전쟁』이 계속된다. 이 덕택(?)으로 시청자들은 드라머만을 보도록 강요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이 드라머들이 모두 홈드라머의 양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그림」만이 다를뿐 전혀 다른 차이점을 느낄수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청자에게 「드라머가 너무 많다」는 인식만을 줄뿐이다. 따라서 두 드라머는 상호보완보다 서로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빚고있다.
MBC-TV가 일요일 아침 8시40분∼9시40분까지 내보내는 『여성극장』은 지금까지 「그날밤 파도소리」 「33세의 가을」 「빗방울의 시」 「타인의 거울」 등을 방영했다. 4편의 드라머는 모두 여성취향의 멜러물이었다. 당초 『여성극장』의 프러듀서도 이 프로그램을 여성문제를 중심으로 한 멜러성 짙은 작품으로 끌고 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 드라머가 일요일 아침시간대로 편성됨으로써 밝고 명랑해야할 휴일 오전이 눈물의 파티로 변모돼야하는 아이러니를 빚고 말았다.
이는 사전에 제작자와 편성자간에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편성이 프로그램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양TV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