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10㎏ 진화장비 멘 '마라톤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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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 31일 충남 아산시에서 열렸던 온양온천마라톤대회에선 이색 복장을 한 40대 참가자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천안소방서 성환파출소 송재원(宋在源.43)소방장. 그는 30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방화복에 공기호흡기까지 착용하고 10㎞를 완주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소방관들의 강인한 체력도 자랑하고 싶어 화재 진압복을 입고 뛰었습니다."

宋씨가 이날 착용한 장비의 무게는 10㎏. 방화복은 무게가 2㎏에 불과하지만 공기통과 마스크로 이뤄진 공기호흡기는 8㎏이나 된다. 방화모는 너무 거추장스러워 골인지점 5백여m 앞에서 쓰고 들어왔다.

이날 대회에는 '충남소방마라톤클럽'의 동료 소방관 60여명도 함께 뛰어 그를 격려했다.

宋씨는 지난 4월 열린 상록리조트 마라톤대회에도 똑같은 복장으로 출전, 10㎞를 56분에 주파했다.

간편한 마라톤복을 입고 뛰는 일반 참가자 기록에는 훨씬 못미쳤지만 10㎏의 무게를 입거나 짊어지고 뛴 그에겐 대단한 성과였다. 온양온천대회 때는 이전에 감기를 앓는 바람에 체력이 떨어져 완주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독립기념관 인근 목천읍에 사는 宋씨는 2년 전부터 격일로 돌아오는 휴무일마다 기념관에서 용연저수지로 이어지는 10㎞ 구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올해 지급된 새 방화복이 예전보다 두껍고 무거워져 불에는 강하지만 입고 뛰는 데는 더 불편해졌다"며 "1시간을 입고 달리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宋씨는 "올 가을에는 이 방화복을 입고 42.195㎞ 풀코스에 도전, '세계 진기록'을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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