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없는 「정치의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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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정치는 의회정치 또는 정당정치라는 말은 교과서 제1장에 있는 얘기다. 이것은 자유로운 토론과 공명정대한 협상을 전제로 한말이다.
각계각층의 의견과 이해를 수렴·대변하는 정당들이 이같은 과정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정책화·입법화할때 그것이 바로 민주정치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과 의회가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그 정치적 비능율때문에 국민들의 의견과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있다. 한마디로 정치없는 정치의 장들이었다.
16일 시작되는 이른바 3당3역의 정치회담은 이같은 정치부재현상을 타개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국민의 관심은 크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안건은 지방자치제, 언론기본법, 노동관계법, 집회및 시위에 관한 법, 정당법을 포함하여 총선시기, 해금문제, 학원문제등 이른바 정치의안들이다.
바로 이런 문제들은 오늘의 국회공전을 가져온 힉심사항이다. 이것들이 어떤 방향에서 어느범위까지 해결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여러가지 사회문제로 시국이 경새돼 있는 이때에 여야가 한자리에 모여 중요문제를 논의케 된 것은 그 나름으로 뜻이 있다.
우선 여당인 민정당은 자당이 국민을 혼자서 대변하는 정당이 아님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어야 하겠다.
야당의 주장과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타협하여 원만히 해결해낼때 비로소 집권당으로서의 권위와 도량이 축적될수 있는것이다.
물론 의안중에는 정부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여당은 대야협상에 있어서 항상 정부측을 대변한다는 입장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지자법이나 해금문제등에서도 사전 또는 사후에라도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한편 야당들도 너무 당리당략의 소아에만 집착, 인기전술을 의식하지 말고 국민 다수의 뜻이 어디있고 무엇이 국가에 발전을 가져올것인가에 비추어서 대여협상을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문제들을 일방적으로 강경하게 주장한다면 그또한 민주야당이 취할 태도가 못된다.
어쨌든 이번 3당3역의 여야협상은 우리 민주정치의 성숙도와 향후의 정치발전 가능성을 가늠할수 있는 하나의 척도임엔 틀림 없다.
따라서 3당은 이번 회담의 성립자체에 만족치 말고 실질적인 해결안을 내도록 다같이 협력해야한다. 회담이 결렬되거나 일반적으로 납득할수 있는 합의가 없다면 국민들은 또 다시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실망과 환멸을 금치 못할것이다.
산업사회의 정치가 비생산적, 비능률적이라면 이미 그것은 생명을 잃은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시대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와 같은 낡은 수법, 낡은 기준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한다면 정치는 생동감을 잃고 국민의 멸시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시국의 경색은 여야 어느쪽에도 이익이 못된다. 오늘의 경새상태가 이번 회담을 통해 해결될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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