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최초 발원지' 평택성모병원, 지금 그 주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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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가 있었으면 최소한의 방역은 해야 하지 않습니까.”

5일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최초 발원지라고 공개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 공개 직후 취재진이 몰리자 병원과 철조망 하나 사이에 있는 S목재소 김모(44)씨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김씨는 “병원 측도, 평택시와 경기도·정부 어느 누구도 이곳에 메르스 환자가 있었던 곳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SNS를 본 아내가 말해줘서 알았다”고 말했다.

평택성모병원은 지난달 31일부터 외래진료실와 응급실·여성병원 등 3곳의 출입문을 모두 닫았다. 외래진료실 출입문에는 ‘당 병원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잠정 휴원 하였으니 많은 양해 바랍니다’라는 A4 용지 한 장짜리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병원 입구에 있는 약국 두 곳과 편의점도 문을 닫으면서 병원 주변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1층 주차장에도 취재진 차량 5~6대가 전부였다.

병원 이름이 공개되면서 평택시민들의 공포감도 극대화됐다. 평택 송탄보건소 옥외진료소를 찾은 의심환자가 지난 4일엔 21명이었지만 이날엔 오전에만 15명이 찾았다. 대부분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아 되돌아갔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했다. 이재석(33) 송탄공증보건의는 “평택성모병원에 다녔다며 찾아오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며 "괜찮다고 하는데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1·여)씨도 “요 며칠 손님이 계속 없었는데 오늘은 아예 없다.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고 했다.

평택역과 주변 상가거리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빠른 걸음으로 역을 빠져나가기 바빴다. 실제로 평소 4만 명이던 평택역 유동인구는 지난 1일 이후 계속 줄어들어 이날 오전엔 3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코레일 측은 설명했다. 평택역에서 만난 김병구(45)씨는 “경기도 평택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았지만 그 병원인 줄은 몰랐다”며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걱정이다. 주말에 아내와 애들을 데리고 처가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평택=임명수 기자 l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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