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종걸 원내대표의 ‘맞춤형 복지’ 언급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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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무상보육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맞춤형 보육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능력을 도외시한 무상복지 포퓰리즘으로 교육재정이 파탄 상태에 처한 상황에서 야당 원내대표가 선별복지로의 선회를 시사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일각에선 이 발언을 두고 이 원내대표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나라 곳간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축내고 있는 무상복지를 지금 당장 손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재정 파탄으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무상보육은 물론 무상급식을 포함해 재정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 무상복지 전반의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

 재원 고갈로 국회가 긴급 지원한 1조원의 지방채로 겨우 연명 중인 무상보육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만 2조6000억원 넘는 세금을 집어삼킨 무상급식 역시 국고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무상복지가 블랙홀처럼 예산을 빨아들이니 아이들 교육에 꼭 필요한 기초인프라 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여름에 불가마, 겨울에 냉동고로 변하는 교실이나 냄새 나는 화장실을 개수할 엄두도 못 낸다. 부잣집 자녀에게 공짜 밥을 주거나 하루 두세 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에게 종일 보육료를 제공하는 폐단을 막아야 이런 문제를 풀 길이 열린다.

 물론 공약은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능력 범위 안에서 지속 가능하게 집행돼야 한다는 국가 재정의 철칙을 허물어선 안 된다. 게다가 장기불황과 성장 정체로 나라의 곳간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이다. 여야는 무상복지 구조조정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는 포퓰리즘 복지공약을 남발해 온 악습을 확실히 끊어야 한다. 국민들도 이런 공약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려는 저질 정당, 저질 후보는 가차 없이 퇴출시켜 정치판에 발을 붙일 생각조차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낸 혈세가 정말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