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크루즈 시장 진출 위해 필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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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

크루즈 산업이 지역경제 및 연관산업 발전효과가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중·일을 포함해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2020년 700만 명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밝은 전망이 외국 크루즈 선박을 아시아로 불러 모으고 있다.

 21세기 유망상품인 크루즈 산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성장 및 국제수지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신(新)수종 산업이라 할 수 있다. 크루즈 선박 1척 운항에 약 1500개 일자리가 나오고 경제적 효과도 2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크루즈 사업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크루즈 선박을 한 척 확보하는 데만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크루즈 사업 여건도 외국에 비해 불리하다. 선상 카지노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적 크루즈에는 선상 카지노가 허용되지 않고 내국인 출입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근 크루즈 선박은 점점 대형화·고급화되고 있다. 크루즈 선박에 레스토랑·수영장·공연장·사우나·카지노·면세점 등을 마련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도 대형화가 필요하다. 크루즈 관광객들은 선내 시설과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선박을 선호한다.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같은 입장이다. 크루즈 사업자가 선상 카지노를 설치하는 이유다. 고급 사양의 모범택시가 인기가 좋은 이유와 같다.

 크루즈 선박의 시설은 놀이동산 시설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놀이동산 입장객이 모든 시설을 경험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시설이 있고 볼거리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의 탈출과 새로운 체험을 원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규제로 제한된 우리나라 크루즈 선박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우리나라 국적의 크루즈 선사가 사업을 접고 철수한 것은 한국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국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규제로 국적 크루즈 선사의 경쟁력을 하락시켜서는 안 된다.

 사실 크루즈 선상 카지노는 육상 카지노보다 접근이 어려워 확산 가능성이 낮다. 선상 카지노는 약 200만원에 달하는 크루즈 여행상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데, 카지노를 이용하기 위해 이같이 많은 부담을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고 있어도 아무나 승선할 수 없고, 선상 카지노는 크루즈선이 공해상에 운항 중일 경우에만 이용이 가능해 도박 중독에 빠질 만큼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도박 중독증 유병률 등을 우려해 국적 크루즈 선박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인터넷 도박도 많고 마카오 같은 지역도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국적 크루즈의 선상 카지노만 출입을 제한하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 오히려 크루즈 선박 내 카지노는 이용자의 신분과 이용시간 및 베팅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이용자에 대한 건전한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전문 도박꾼이 신분이 노출되는 국적 크루즈선 카지노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한편 국적 크루즈선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 시 국내 카지노 매출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국내 카지노 이용자와 크루즈 관광객은 수요층이 분명히 다르기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크루즈 관광객은 선상의 많은 프로그램과 여행의 편리성 때문에 크루즈를 선택하지 카지노를 이용하기 위해 승선하지는 않는다.

카지노는 크루즈 관광객에게 선상의 많은 즐길거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사람이 모두 도박 중독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가산을 탕진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면서 여가를 즐기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구더기 없이 장을 담그는 방법을 지혜롭게 모색할 때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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