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교통정보시스템 1500억 낭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황찬현

경찰청 등 정부기관들이 국가정보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두 4200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 결과가 2일 나왔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신설한 ‘IT 감사단’의 첫 감사 결과다.

 특히 경찰청은 자체 보급한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제공하는 도시교통정보시스템(UTIS)을 구축했으나 사업 부진으로 내비게이션 설치 지원 비용 및 망 구축 비용 등 1500억원가량을 낭비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UTIS는 내비게이션을 단 차량의 위치·속도 등의 정보를 수집해 사용자에게 교통량이나 사고 등의 돌발 상황, 폐쇄회로TV(CCTV) 정보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찰청은 2005년부터 2559억원을 들여 26개 도시에 UTIS를 구축했다. 2020년까지 16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국에 보급된 UTIS 전용 내비게이션이 7만 대에 불과해 교통 정보 수집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티맵’ ‘김기사’ 등 스마트폰에 기반한 교통 정보 시스템 등에 밀려 경제성도 없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유병호 감사원 IT감사단장은 “UTIS용 차량단말기 보급이 떨어져 교통 정보 수집량이 줄어들면서 정확성이 떨어졌고, 이것이 다시 이용률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라며 “추가 사업비도 낭비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교육부가 216억원을 투입해 만든 중·고교생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록하는 시스템인 에듀팟(Edupot)도 사용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예산 낭비 사례로 꼽았다. 감사원 지적에 대해 경찰청은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의한 교통 정보 수집률이 낮기는 하지만 UTIS의 또 다른 축인 교통센터·CCTV 등의 이용은 활발하다”고 해명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