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승은 값진 결혼선물"…박찬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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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해=조이권 특파원】『이제 국가대표선수는 그만할래요. 지쳤어요. 개인생활을 갖고 싶어요.』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내 아시아여자농구 4연패의 위업에 수훈을 세운 주장 박찬숙(25·태평양화학)은 승리의 감격이 채가시기도 전에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 뛰었다는 생각때문인지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줄곧 밀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것도 1점차로 승부를 뒤집은 순간, 동료들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린 박은 힘없이 벤치로 걸어갔다. 신현수 코치가 트레이닝복을 입혀주자 병색이 완연한 얼굴에 옷음을 띄우며『꿈만 같아요』라며 감격을 나눴다.
대망의 결승전을 이틀 앞두고 독감으로 쓰러져 거동조차 못했던 박은 이틀동안 죽만 한끼 먹은 몸으로 담당의사도 놀랄만큼 무서운 정신력으로 코트에 나섰다.
박은 조승연감독에게『코트에서 쓰러져 죽는한이 있더라도 뛰겠다』며 결연히 결전장에 나섰다.
『승리는 자신할수 없었지만 지더라도 깨끗이 뛰어 좋은 경기를 보여 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박은 자신의 은퇴경기를 그것도 중공당에서 처음으로 태극기를 올리는 값진 승리로 장식했지만 게임이 끝날때까지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것을 아쉬워했다.
박은 지난 75년9월 콜롬비아 세계선수권대회에 숭의여고 1년생으로 출전, 국가대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 빠지지 않고 출전한 박은 78년 제7회 콸라룸푸르 여자 ABC에서 중공을 63-61로 이긴이래 아시아선수권 4연패, LA올림믹 은메달획득의 금자탑을 세웠다.
『이제 할일을 다했으니 여자로서의 설계를 해야하지 않겠어요. 이번 우승이 내년봄으로예정된 결혼의 값진 선물이 될거예요』
박의 신랑감은 오퍼상을 경영하는 서재석(서재석·31)씨.
박은 오는12월 개막, 내년2월까지 계속되는 점보시리즈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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