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투입 요청한 대학당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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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의 대학소요는 끝내 경찰을 캠퍼스로 불러들이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불행한 일이다. 아마대다수 국민들은 또 지난날의 악순환이 거듭되는것은 아닌가하는 근심을 씻을수 없을 것이다.
이번의 경찰진입은 국립 서울대학교에 한정된 일이며, 또 그것은 서울대 학처장회의의 결의에 따른것이긴 하다. 문교장관도, 서울대총장도 「학원자율화」는 계속될것이라는 단서를 잊지 않았다. 일말의 안도감은 갖게 된다.
그러나 24일 새벽 경찰버스가 줄줄이 대학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보며 누구나 오늘의 대학사태가 『왜이지경에 이르렀나』하는 개탄을 억누를수 없었을 것이다.
교수는 모든 학내문제에 대해 1차적으로 제일 먼저 직면해야할 당사자들이다. 바로 그 당사자가 경찰의 학원투입을 요청한것은 오늘의 서울대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것이라고 봐도 좋을까.
백의 하나, 천의 하나라도 스승이 제자들의 문제에 뛰어들기를 주저했거나 방관했다면 그야말로 대학의 장래를 위해 더없이 불행한일이다.
경찰의 출동은 그 자체가 벌써 형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문제를 학내의 문제로 풀기보다는 경찰수사의 차원에서 풀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면 자책감을 면할수 없을것이다.
물론 오늘의 대학문제가 교수의 어깨에만 달려 있는것은 아니다.
그 책임은 생각하기 나름으론 국민 모두의 것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모든 국민이 자신의 처지와 위치에서 서로 지혜를 모으고 성의를 다해 어떤 실마리를 찾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교수들은 과연 자신의 처지와 위치에서 누구보다도 성의를 갖고 문제에 접근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할것이다.
더구나 이번 서울대의 경우는 중간시험 거부가 당장의 하트 이슈였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시험을 거부한 문제를 경찰의 손에 넘기도록 한것은 무슨 말수 설명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기 좋은 말로 『불가피했다』고 할것이다. 이때의 「불가피」란 최선을 다한 연후에나 할수 있는 얘기다.
우리는 이런 얘기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가슴아파하고, 누구보다도 학생을 아끼고 있는 교수들을 두고 공연히 기우한다는 핀잔을 한다면 달게 받겠다.
사실 「학원 자율화」는 어두운 지난날들을 통해 교수들 자신이 염원하고 요구해온 문제였다. 그렇다면 오늘 그것을 아끼고 지켜야할사람은 교수들 자신이다. 그런 갈망과 신념이 있었다면 학생들과 책상을 치며 토론하고 설득하는 성의도 보여 주었어야한다.
학생들이 시험치르기를 거부하는 문제를 어떻게 교수아닌 국외자가 나서서 설득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아니, 더 늦기전에 우리는 저마다의 냉정을 호소하고 싶다. 학생들은 다른 문제는 몰라도 시험치르는 문제만은 거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할것이다.
교수들은 「학원자율화」를 보호하고 지키는 당사자로서 할 일을 찾고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정부도 경찰투입은 일시적이고 한정적이고 자제적이라는것을 보증으로 보여 주어야한다. 경찰당사자도 이미 그것을 공언했다. 대학소요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학원자율화를 엄호한다는 입장에서 진퇴가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지기를 당부한다.
아직도 시간은 있다. 파국은 그누구도 원하는바가 아니다. 이것은 대학소요를 푸는 대본이 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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