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리먼 사태’ 항변, 리처드 풀드 전 리먼브러더스 CEO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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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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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며 발생한 ‘퍼펙트 스톰’이었다. ‘한 가지 요인(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금융위기 내 잘못 아냐 복합적인 퍼펙트 스톰”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7년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한 리처드 풀드(69·사진) 전 리먼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158년 리먼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던 그가 2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풀드는 “당시 정부가 누구든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 문제”라며 이 때문에 사람들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1946년 뉴욕에서 태어난 풀드는 콜로라도대 졸업 후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했다. 94년 리먼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분사된 후 CEO를 맡은 그는 14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풀드는 2008년 9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 기록을 남겼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 수익을 올리다 악성 부실자산이 급증하고 주택가격이 떨어지자 역풍을 맞은 것이다. 파산 보호 신청 당시 리먼의 자산 규모는 6390억 달러(약 706조원)로 세계 투자은행 가운데 4위 수준이었다. ‘리먼 사태’의 충격은 전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풀드는 리먼의 파산 직전 보유하고 있던 주식 4억9000만 달러(약 5100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여론의 공분을 샀다. 그가 받은 퇴직금도 2200만 달러(약 23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풀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 CNN, 타임 등이 꼽은 ‘사상 최악의 CEO’로 선정되기도 했다. 리먼 파산 이후 두문분출했던 그는 올해 4월 ‘매트릭스 부동산 거래 중개회사’를 만들어 금융업계로 다시 돌아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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