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德必有隣<덕필유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9호 27면

끝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만 같던 시진핑(習近平)의 중국과 아베 신조(安倍晉三)의 일본이 합류점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일 우호교류대회’가 양국 관계 개선의 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을 찾은 3000 명의 일본 대표단을 환영하는 자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해서 의미심장한 환영사를 던졌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공자(孔子)의 가르침으로 말문을 열었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 오니 반갑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적어도 한·중·일 세 나라 사람들에겐 꽤나 친숙한 환영의 문구(文句)다. 이어 중·일 간 오랜 교류의 역사를 회고한 시진핑은 “이웃은 선택할 수 있지만 이웃 나라는 고를 수 없다(隣居可以選擇 隣國不能選擇)”고 한 뒤 역시 공자의 가르침 중 하나인 “덕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는 말로 앞으로 양국 관계가 꼭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을 표시했다.

‘덕불고 필유린’은 흔히 덕필유린(德必有隣)이라고도 한다.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篇)에 나오는 성어(成語)다. 너그러운 아량으로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은 한때 고립되거나 남의 질시를 받아 외로운 처지에 빠지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정성에 감동해 반드시 함께하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무리들이 함께 어울리는 유유상종(類類相從)처럼 덕을 갖춘 자에겐 반드시 덕이 있는 사람이 따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시진핑은 이날 중·일 양국 인민이 덕으로서 이웃을 대하면 반드시 세대(世代)에 걸친 우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시진핑이 일본의 역사 왜곡을 모른척하고 넘어간 건 아니다. “역사의 진상은 왜곡할 수 없다”며 “전날의 일을 잊지 않음으로써 뒷날 일의 스승으로 삼아야 할 것(前事不忘 後事之師)”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청년이 흥해야 국가가 흥한다(靑年興則國家興)”며 “앞서 누군가가 심은 나무로 인해 후세 사람이 그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것(前人栽樹 後人乘凉)”이니 중·일 청년 세대가 부단히 양국 우의(友誼)의 씨앗을 뿌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언사(言辭)에 봄바람이 분다. 중·일 관계 개선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