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주문하면 오후 전달 … 아마존, 무료 당일 배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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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저스

혁신은 기업의 생명줄이다. 혁신 없는 기업은 영속하기 힘들다. 제조업체는 뭔가 새롭고 경이로운 신제품을 개발해야 하고, 유통업체는 정확하면서도 신속한 새로운 배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인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업계의 성배로 여겨졌던 ‘당일 배송’이라는 혁신에 도전한다.

 아마존의 크리스 러프 부사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프라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당일 배송 서비스를 발표했다. 35달러 이상의 물품 구매 주문을 정오까지 마치면 당일 오후 9시까지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뉴욕·로스앤젤레스(LA)·워싱턴 등 14개 대도시 지역에서 우선 시행한다. 책과 전자제품 등 100만 개 이상 품목이 대상이다.

 당일 배송은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연휴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지를 만나 원하는 선물을 물어본 뒤 바로 주문해서 저녁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에도 당일 배송이 있었다. 당일 배송을 원하는 회원들에게 아마존은 5.99달러를 물렸고, 구글은 한 달에 10달러를 부과했다.

 당일 배송은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궁극의 목표다.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빠른 배송이 필수다. 이런 배송 전쟁에서 쓸 수 있는 실탄이 당일 배송이다. LA타임스는 “당일 배송은 온라인 쇼핑업계에서 ‘성배’로 여겨져 왔다”고 표현했다. 아마존 창업주인 제프 베저스가 무인항공기 드론을 배송에 쓰려는 것도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아마존의 무료 당일 배송은 오프라인의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새로운 배송 서비스인 ‘타호’ 멤버십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내놓자마자 나온 것이다. 월마트에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향후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구글과의 혈투에 앞서 영토를 확장해둔다는 의미도 있다. 구글은 온라인 구매 시스템인 ‘구매 버튼’과 배송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차곡차곡 아마존의 시장을 잠식해 왔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4년간 전 세계에 50개의 배송센터를 추가했다. 창고는 109개에 달한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1인자 지위를 굳히기 위해 소리 없이 물류망을 진화시켜왔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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