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적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레이건」과「먼데일」의 7일밤 TV대결은「먼데일」쪽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레이건」특유의 유연한 제스처며 따뜻한 미소가 그전처럼 자주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감점요인인것 같다.
「레이건」을 그렇게 만든 것은「먼데일」후보가 심술궂게 물고 늘어진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였다.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아직도 1천8백30억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GNP(국민총생산)의 5.2%수준.
재정적자는「재정학」교과서에 따르면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금리를 부채질해「고금리」시대를 연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재정적자의 어두운 얼굴족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밝은 얼굴 쪽도 없지 않다.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정부의 지출이 늘어나면 돈이 풍성하게 나돌아 재화나 서비스의 수요도 는다. 수요가 늘면 기업활동도 한결 활기를 띤다. 결국 설비투자를 자극하게 된다.
그야말로 계란이 먼저인지, 병아리가 먼저인지 교과서만으로는 분간할수 없다.
「레이건」과「먼데일」의 입씨름도 계란과 닭의 시비같아 채점이 어렵다.
미국의 계량경제학자들은 이런 분석을 한 일이 있었다. 만일 미국 정부가 지금 당장 적자없는 균형예산을 짠다면 미국의 백은 순식간에 20%로 급상승한다.
1980년, 미국의 실업자가 9%를 넘자 미국사회는 벌집처럼 시끄러웠다.
지금은 7% 수준이다. 그 실업률이 20%가 되면 미국사회는 아마 암흑으로 뒤바꿜 것이다.
1920년대말, 미국의 대불황시대가 바로 그랬다.
그러나 미국이 만일 2천억달러규모의 재정적자를 끌어안은채 불황을 맞는다면 미국정부가 할수 있는 정책수단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매사추세츠대「새뮤얼·볼즈」교수의 견해다.
「레이건」이나,「먼데일」이나 정책선택의 폭은 똑같이 좁다.「레이건」은 이번「먼데일」과의 TV토론에서 4년 전과 똑같은 질문을 미국민에게 던졌다.『Are you batter off now?』―, 4년전보다 살기가 나아졌느냐는 물음이다.「레이건」은 자문자답으로「예스」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답변도 있었다. 지난8월15일 미국의「어번 인스티튜트」라는 단체에서 대신했던 답변이다. 국민의 45%를 점하는 중류층의 수입은 4년동안 1% 증가, 국민의 20%를 차지하는 부유층의 수입은 9% 증가,「가난한 가정」의 수입은 오히려 8% 마이너스. 미국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부류다. 물론 인플레를 제하고 하는 얘기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에게 표를 찍을까.「레이건」은 낙천가이고,「먼데일」은 리얼리스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