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와 시행|―6·25 부역기록의 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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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6·25동란때 공산치하에서 자의든 타의든 북괴에 동조·협력한 「6·25부역자」에 대한 신원관리기록을 삭제, 앞으로 이들이 해외여행이나 공직임용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당국자는 80년의 연좌제 전면폐지에 이이 이번에 부역자의 신원기록을 삭제키로한것은 국가발전 대열에 한사람의 국민도 소외되지않고 동참토록한다는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른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천절을 기해 단행된 이번 조치는 관용과 화합을 뜻하고 있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때문에 그늘진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조치는 분명히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도 관용과 포용을 뜻하는 이번 조치를 환영해마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6·25동란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그 와중에서 자의든 타의든 북괴에 동조하거나 협력한 사람들이 있을수 밖에 없었다. 부역을 한 행위가 처벌을 받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북괴에 자진 동조한자들은 제쳐두고라도 『국토를 사수하겠다』 는 정부의 말만 믿고 있다가 본의아니게 적치하에 들어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할수 없이 부역을 한사람들도 많았다.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동안 그들은 부역정도에 따라 응분의 벌은 받았고, 지금은 국민의 한사람으로 성실하게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단 처벌이 끝난 사람들에 대한 사회활동상 불이익을 준것은 우리가 처한 특수사정 때문이었다고 할수 있다.
당사자 가운데 더러는 억물하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을것이다.
타의에 의해 부역을 했거나 부역의 정도가 가벼운 사람일수록 억울하다는 생각을 더많이 가졌으리라 짐작해도 될것이다.
이들에게 해외여행이나 공직임용때 기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일은 행정기관의 입장에서는 관례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건실하고 선량한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견딜수 없는 좌절이었을게 틀림이 없다.
지금 우리의 국력은 모든 면에서 북괴를 압도하고 있다. 북적의 수재물자를 받아들인게 우리의 자신감의 표현이라면 6·25 부역자의 신원기록 삭제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수 있을 것이다.
설혹 과거의 부역자 가운데 아직 북괴에 동조하는자가 있다해도 그들이 발을 붙이기에는 국민의 반공안보의식은 너무 굳건하다는 사실을 자부해도 좋을만큼 되었다.
지금부터의 과제는 정부가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는 일이다.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일선기관에서 여전히 부역자라고 불이익을 준다면 정부의 인도적인 조치는 오히려 불신의 폭만 넓히고 말지도 모른다.
이번 조치에 앞서 있은 연좌제폐지, 전과기록 말소와 같은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무자들 사이에는 직무를 내세워 전과기록을 불문에 부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는 있는것 같다.
이번 조치가 6·25당시 국가안위를 위태롭게했던 행위자체를 정당화시켜주는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사람들을 언제까지고 그늘진 곳에 놓아둘수도 없다고 보아 취해진게 이번 조치다. 정부의 발표가 성실히 시행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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