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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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나라의 작황을 알려 주는 몇 가지 표현이 있다. 평년작, 풍년, 대풍.
이런 기준으로 보면 올해는 대풍이다. 농수산부는 아직 비공식 집계이긴 하지만 올해 쌀 수확량을 3천9백50만 섬으로 추산했다. 약40%가 이미 추수가 끝난 상태여서 비바람이 쳐도 「추산」이 크게 빗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나라의 평년작이라면 쌀의 경우 3천6백20만 섬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평년작이란 지난 5년 중 최고 수확과 최저 수확의 해를 제외한 3년의 년 평균치다.
풍년은 그 이상 수확 일 때 풍년보다 2백만 섬이 넘으면 대풍이다. 올해는 그런 기준으로 평가하면 82년(3천5백96만 섬), 83년 (3천7백50만 섬)의 잇따른 풍년, 풍년 뒤의 대풍이다. 풍, 풍, 대풍이라고나 할까.
구태여 통계가 아니라도 서울 근교의 들녘을 보면 낟알을 품은 벼이삭이 논두렁 밖으로 넘칠 것 같다.
그러나 농수산부의 「정부관리 양곡 수급계획」에 따르면 「쌀·보리는 남고 그 밖의 잡곡은 모자라는 이상 현상을 빚고 있다. 이를테면 상체는 우량인데, 하체는 불량한 것이 우리나라의 식량 사정이다.
구체적인 삭자를 보자. 쌀의 경우 자급량은 3천6백만 섬이다. 국민 1인이 평균 1섬을 다 먹지 못하는 셈이다. 농수산부는 1인당 쌀 소비량을 연간 1백26㎏으로 계산하고 있다. 쌀 1섬의 무게는 1백44㎏이다.
우리 나라의 쌀은 자급이 되고도 남는 셈이다. 농수산부의 「84년도 수급계획」상에도 벌써 1백1%로 계상 되어 있다. 그러나 작황은 계획보다 1백만 섬이 더 늘어났다.
보리의 경우 공급은 7백93만 섬, 소비는 식량용과 주정용, 사료용을 모두 합쳐 4백50만 섬으로 자급을 넘어 1백19%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밖의 잡곡이다. 밀은 국내 생산이 6%, 옥수수는 전수요량의 2·7%, 콩은 4분의1인 25·7%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부족 분인 옥수수 2백16만1천t, 콩 (대두) 55만8천t, 수수 등기타 잡곡 1백44만t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가축 사료용이다. 그밖에 참깨, 땅콩의 수입도 적지 않다.
이들 수입 양곡을 값으로 치면 16억7천4백만 달러 어치나 된다.
바로 지난해 우리나라는 외미 21만t(1백47만 섬)을 수입했지만, 이것은 해묵은 계약 분을 받아들인 것뿐이다. 따라서 비축미가 무려 1천1백만 섬이나 된다. 결국 우리나라 식량 자급 도는 주곡은 남고, 잡곡은 모자라는 상황에서 아직 50·5%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사람의 배는 부른데, 가축의 배는 허기가 가시지 않는 것이 우리의 식량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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