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증요법으론 환율 안정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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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원화 환율 급락에 대해 "외환시장의 조속한 안정과 한국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주거용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와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 한도를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해외로 돈이 빠져나가는 문호를 넓혀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이든 직접투자든 해외 투자 자유화는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문은 활짝 열린 지 오랜데 해외로 나가는 문만 걸어 잠가 놓으면 경제 흐름에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외환의 유출입이 자유로워야 장기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지난 6개월간 해외 부동산 취득은 1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매달 수십억 달러의 무역 흑자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또 미국과 중국 부동산시장은 하향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환차손 우려까지 감안하면 해외 부동산 취득이나 직접투자가 단기간에 크게 증가할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 대책도 6일 외환시장에서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

이번처럼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부랴부랴 외화 사용 규제를 완화하는 대증요법을 꺼내드는 것은 곤란하다. 2년 전에는 외환 당국이 무턱대고 시장에 개입해 대규모 손실만 자초했던 경험이 있다. 정부부터 일시적 환율 변동에 허둥대지 말아야 한다. 외환 당국이 차분히 대응해야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달러를 앞다퉈 매각해 환율이 오버슈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개인은 물론 기업들의 해외 투자 문턱도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노조가 공장의 해외 이전을 방해하면 기업 경쟁력도 약화되고 환율까지 왜곡되기 십상이다. 서울 외환시장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싱가포르.홍콩 등 효율적인 시장에는 환투기세력이 넘보지 못한다. 단기적인 처방 대신 보다 근본적인 환율 안정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