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모디 인도 총리와 외교상 의전 문제로 면담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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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19일 면담이 외교상 의전 문제로 만남 직전 불발됐다.

김 대표는 인도 측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전날 방한한 모디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도 측에서 면담 직전에 “모디 총리가 자국 교민과의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그러자 면담을 주선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인사와 인도 측이 20여분 간 만남의 형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고, 인도 측은 “호텔 복도에서 모디 총리가 자국 교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을 때 김 대표가 행사장 앞에서 기다렸다가 모디 총리가 호텔 밖으로 나갈 때 잠깐 같이 걸으면서 사진을 찍자”고 요구했다고 새누리당 관계자가 전했다. 이러한 내용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면담을) 안 하겠다. 그냥 가자”고 한 뒤 오후 2시가 넘어 호텔에서 나왔다.

김 대표를 수행했던 인사는 “원래 1시 40분에 만나기로 했다가 인도 측의 요구로 시간을 10분 앞당겼다”며 “그런데 인도 측에서 시간이 없다고 해서 당초 기다리던 장소가 아닌 행사장 입구에서 만나 걸으며 얘기하자고 했다. 그것은 외교적 결례라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면담 장소는 ‘VIP룸’이라고 알려졌지만 지하 1층 홀의 한 켠에 있는 작은 방이었고, 제대로 모양새를 갖춘 탁자도 없이 플라스틱 의자 두 개가 놓여있었다고 한다. 30분 넘게 기다리던 김 대표가 호텔 밖으로 나가는 동안 모디 총리는 자국 교민들과 호텔 복도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따로 인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곧바로 차를 타고 4·29 재·보궐선거에서 오신환 의원을 뽑아준 서울 관악을 지역 주민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떠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인도 총리가 일정이 늦어질 수 있으니 기다리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인도 측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지적했다.

허진·현일훈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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