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럽서 만난 남성과 찜질방 돌며 물건 훔친 '쌍둥이 절도범'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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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4시쯤 서울 수서경찰서 대치지구대 소속 경찰들이 “찜질방에서 스마트폰과 현금을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마침 강남구 대치동 일대 찜질방 등지를 돌며 스마트폰 도난 예방을 위한 순찰을 벌이던 참이었다. 즉시 도난 신고가 접수된 ‘L 찜질방’으로 향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도주로를 차단하고 공용 찜질방부터 수색해 나갔다. 잠시후 여성 사우나 앞에 피의자로 의심되는 여성 2명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거를 위해 가까이 다가간 경찰은 흠칫 놀랐다. 절도 피의자 2명이 서로 얼굴 생김새가 비슷한 일란성 쌍둥이였던 것이다.

쌍둥이 자매인 언니 정모(22ㆍ여)씨와 동생 정모(22ㆍ여)씨는 지난달 중순쯤 강남역 인근 클럽에서 한모(25)씨를 만나 가까워 졌고, 이후 함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이들 셋은 지난 9일 검거되기 전까지 모텔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찜질방 손님이나 모텔 근처에서 술에 취해 잠든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처음 범행을 시작한 지난달 말에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ㄷ 찜질방’에서 물건 진열대에 있는 캔맥주 6개 등 3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치는데 그쳤지만, 이후 점점 대담해졌다. 지난 7일 밤 10시쯤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모텔 앞에서 술에 취해 잠든 사람의 주머니를 뒤져 신용카드를 훔쳤다. 훔친 카드로는 여성옷 7벌 등 50만원어치의 물건을 구입했고, 찜질방 요금도 카드로 결제했다.

강남과 서초를 오가며 범행을 하던 한씨 일당은 결국 지난 9일 ‘L 찜질방’에서 꼬리를 붙잡혔다. 시가 7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한 대와 현금 1만1000원을 훔치다 현장에서 검거됐다. 수서경찰서는 한씨와 쌍둥이 자매 등 3명을 특수절도와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추후 조사를 진행해 벌금형을 부과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박병현 기자 park.b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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