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 로드맵 '시작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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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평화정착안)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29일 예루살렘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와 2시간45분간 회담하고, 팔레스타인 주둔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와 여행금지 조치 해제, 장기수 석방 등을 약속했다.

또 양측은 다음달 4일 요르단 아카바에서 열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3자 회담에서 로드맵 이행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키로 합의해 테러와 보복 공격이라는 악순환의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샤론 총리는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주간 폐쇄했던 서안 지역을 개방하고, 2만5천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의 이스라엘 입국도 허용하겠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단, 조건이 있다. 팔레스타인 측이 ▶테러리스트 검거▶불법 무기 압수▶테러조직 해체▶폭력 선동 중단▶테러방지 대책 마련 등 5가지를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테러를 중단하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보장을 위한 협상을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팔레스타인 죄수들을 석방하라는 압바스 총리의 요구에 대해 샤론 총리는 폭탄 운반 혐의로 27년간 복역 중인 팔레스타인인 최장기수 아흐메드 즈바라 아부 수카르 등 1백여명을 풀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폐쇄된 가자 지구의 공항을 다시 열게 해 주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압바스 총리는 회담이 끝난 뒤 "진지하고 솔직하며 유익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샤론 총리의 한 측근도 "좋은 출발이었다. 우리는 평화를 향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양측이 분쟁 종식의 필요성을 절감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다기보다는 이라크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미국이 양측에 강하게 압력을 넣어 유도된 측면이 강하다.

샤론 총리는 여전히 압바스 정부에 선 테러조직 소탕을 요구하고 있지만 압바스 정부는 하마스 등 과격 테러단체에 대한 완벽한 통제력을 갖지 못한 실정이다.

두 총리가 처음 만난 지난 17일 직후 이틀간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에 의한 다섯건의 자살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12명이 사망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측이 향후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예루살렘에 대해서도 샤론 총리는 "성지는 양보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등 평화에 이르기까지는 난관이 여전하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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