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표기법 존중" 버시바우 미 대사 명함 이름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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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버시바우(Alexander Vershbow) 주한 미국대사의 한글 이름 표기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됐다. 대사는 지난해 10월 부임 이후 자신의 이름을 '브시바오'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외래어 표기원칙에 따르면 'Ver'은 '버'로 읽는다. 그럼에도 그는 공식.비공식 석상을 막론하고 틈날 때마다 "'버시바우'가 아닌 '브시바오'로 써 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외교통상부까지 나서서 "본인의 희망대로 표기해 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브시바오'로 표기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원칙을 감안한 중앙일보 등 대부분의 언론은 '버시바우'로 써왔다. 그 결과 두 가지 표기가 혼용돼 왔다. 그 과정에서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는 긴급 소위원회를 열어 재심의까지 벌인 끝에 '브시바오'로 표기할 근거가 없음을 확인하고 '버시바우 표기가 옳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랬던 대사가 최근 '버시바우'로 쓴 새 명함을 만들었다.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4일 "다수 언론의 표기법과 한국 여론을 존중해 '버시바우'로 통일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곧 대사관 홈페이지 등의 표기도'버시바우'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가 '브시바오'에 애착을 갖게 된 것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한국말을 가르쳐 준 선생님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 '브시바오'로 배웠고, 미국에서 명함을 만들어 한국에 왔다는 것이다. 대사는 폴란드계 미국인으로 원래 성은 버드나무(Wierzbowy)를 뜻하는 폴란드어였다고 한다. 미국에 이민을 할 때 이민국 직원이 잘못 알아들어 Vershbow로 적었고, 그것이 굳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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