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거지촌, 동냥해서 집 두채나 산 거지도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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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핑궈위안 지하철역에서 나와 북쪽으로 꼬불꼬불 나 있는 골목 안으로 400m를 가면 진딩산(金頂山) 마을이 나온다. 이 곳은 중국에서 유명한 '거지 마을'이다.

17일 중국 베이징 청년보는 '거지 마을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르포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한 때는 100명이 넘는 거지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5~6세 어린 거지부터 60세 거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거지촌에 살기 위해 월세를 내야 한다.

베이징 청년보는 거지들에게 월세를 받으며 살아온 류(劉)여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거지들을 상대로 건물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0~300위안(약 3만5000~5만2000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 류 여사는 "사실 내가 받는 월세는 거지들의 수입에 비하면 훨씬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거지 생활을 오래한 베테랑 거지 중 매월 5000위안 가량(88만원)을 벌어들이는 이들도 제법 있다. 심지어 동냥을 해서 모은 돈으로 베이징에 집을 두 채나 산 거지도 있다. 올해 3월 베이징 교통당국에 따르면 지하철에서 다리를 저는 척을 하면서 전문적으로 돈을 모아온 한 남성 거지는 동냥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베이징에 집 두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다른 걸인은 베이징 서(西)역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동냥을 해온 터줏대감이 있다. 그는 매월 젠궈먼(建國門) 쪽에 있는 우체국에 가서 잔돈을 정리해 고향에 부친다. 자기 고향인 장수성에 보낸 금액은 매월 1만 위안에 달했다. 중국 명문 칭화대 졸업생이 갓 취직해 받는 평균 월급이 1만2807위안(약 225만원)인 것을 고려해보면 일부 거지들의 수입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부호 거지'를 찾아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단 베이징 지하철 요금이 지난해부터 오르면서 구걸의 '터전'인 지하철에서 돈 버는 일도 만만치 않게 됐다.

이달 1일부터 베이징 교통운영안전법이 실시되면서 걸인들의 구걸 행위와 연주 행위가 제한을 받게 됐다. 지하철 등에서 구걸하다 적발되면 50~1000위안의 벌금도 물어야 한다. 베이징 청년보는 "중국 당국에서 거지 마을을 정기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지 마을로 불리던 지역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사진설명
사진1=베이징에 위치한 걸인 마을.
사진2=베이징 걸인촌에 사는 소년들이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모습. [출처 베이징청년보]
사진3=지하철 거지가 숨겨진 부호라는 내용의 광저우 일보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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