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정현숙<서울 서대문구 현저동금화아파트 l06동502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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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하얀꿈 잉태한채
밤이면 별헤가며
장독대 벽을 딛고
조심스레 오르더니
마침내 알뜰히 가꾼
작은 소망 키워가네.

<환상용유도|안의선><서울 관훈동 한국문학사>
남모를 인고로
부활하는 성난 파도
난파당한 소망 하나
목선으로 떠 흐르고
해당화 아픈 발 돋움
슬픔속에 잠겨 있다.
망각을 달래보는
긴 몸살의 외딴 섬 하나
세월을 에워싸고
고달픔을 우는 물새
한 모굼 짠 바람만이
왔다 가는 용유도.

<청자|이은심><전북전주시교동1가945 승암산사>
잠수렁 문득 깨는
우리 그 옛 깊은 하늘.
이끼진 세월 뒤란
한점 구름 귀를 열고
나래짓 고운 학 한 마리가
이승고요를 울고 있네.

<바람|이연희><부산시 부산진구 범전동l02>
누구인가 저 들판을
헝클면서 오는 이는
때로는 바다를 안고
해일로 울부짖지만
무음의 목이 쉰 산에
무너지고 있음이여.

<들국화|이행자><경남 진주시 수정동 33의7>
호젓한 산자락이
외로와서 좋습니다.
활활 타는 정열보다
안으로만 간직한 정
순정을
깊이 묻어둔
수줍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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