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은 시작됐다|김준(LA한국선수단 부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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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LA올림픽에서의 대승리는 온 국민의 가슴속에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지금도 그 열기는 사라지지 않고 전국에 확산되고있다.
이제는 성과에 대한 도취나 영광의 주역에 대한 찬양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서울올림픽은 지금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4년은 결코 긴 기간이 아님을 체육관계자들은 물론 온 국민이 유념해야한다.
LA올림픽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미국의 부를 과시하고 첨단의 과학기술, 최고의 흥행예술을 증명해 보인 잔치였다. 또 선진스포츠과학을 통해 다져진 스포츠성장을 확인해준 셈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잔치였다고 할 수도 있다. 어떻든 LA올림픽은 스포츠를 매체로 하여 미국국민을 하나로 단합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LA대회를 성공작으로 본다면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첫째로 미국인의 자원봉사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4만5천여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기여가 새로운 올림픽 역사를 창조했다고 할 만하다.
둘째 미국인의 민주시민 정신이 큰 힘이 됐다. 그렇게 복잡한 교통상황 속에서 시민들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경기장내에서 질서유지가 잘 이루어졌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선수촌으로 기숙사를 제공했던 USC(남캘리포니아·주립대)의 총장이 일반인과 동일하게 경기장 입장권을 샀다는 얘기를 듣고 미국인의 시민정신, 질서의식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세째 풍부한 인적자원과 완전주의의 발휘가 큰 몫을 했다. 육상경기장에는 백발의 노인도 경기요원으로 운영에 참여했을 정도다.
이처럼 서울이 배워야할 점들이 많았으나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첫째는 지나치게 철저한 보안상태. 모든 출입구마다 탐지기·X레이 기능을 동원, 적지 않은 불편을 주었다.
세계시민이 함께 모여 큰 잔치를 하는데 분위기가 자연스럽지 못했다.
이번 LA조직위는 선수촌 운영에서 연락관제를 채용, 선수촌장과 각국선수단단장의 간접대화를 연결, 각국선수단의 동향과 정보를 얻고 선수촌내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감명 깊게 느낀 것은 각 경기장의 경기임원 또는 심판들의 최선을 다하는 태도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도 지금부터 경기요원을 양성, 훈련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86·88 두차례 잔치를 앞두고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언어가 통하고 스포츠를 이해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봉사자들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 임원들은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이번의 값진 수확을 거두기까지의 과정을 살피면서 스포츠과학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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