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예비군 아들까지 걱정해야 하는 한국 부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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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발생한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건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군부대 총기 사고보다 더 가슴을 놀라게 만든다. 우선 사상 처음 벌어진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건이라는 점이 그렇다. 여기에다 군대라는 특수하고 폐쇄적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빚어진 게 아니라 그런 힘든 의무를 무사히 잘 마친 젊은이가 자행한 어처구니없는 참사라서 더욱 그렇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군부대 총기난사보다 예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충격을 쉬이 사라지지 않게 한다.

 국방부는 올 3월부터 예비전력 정예화를 위해 예비군 훈련을 자율 참여적 훈련체계로 바꿨다. 과거의 수동적인 시간 때우기식 훈련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른 조기퇴소제를 도입해 예비군들의 적극적 훈련 참여를 유도한 것은 꼭 필요한 조치였다. 하지만 강화된 훈련만큼 관리·감독도 강화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실탄 사격 훈련은 예비군 동원훈련의 핵심이다. 제대 후에는 경험하기 어려우므로 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기가 바짝 든 현역군인과 다른 만큼 예비군의 실탄사격 훈련은 사고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원의 통제도 철저해야 하지만 구조적인 안전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사고가 난 사격훈련장은 소총 고정장치가 있었지만 소총을 사대에 제대로 고정시키지 않았다. 원칙만 지켰어도 실탄을 지급받자마자 뒤로 돌아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가능하지 않았다.

 게다가 범인은 현역 시절 이미 관심병사로 군 당국의 관리를 받았었다. 그렇다고 예비군 훈련을 못할 것은 없겠지만 다른 훈련은 몰라도 실탄 사격만큼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통제를 했어야 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가슴을 졸이는 부모들의 걱정이 제대 후로까지 연장되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다시 한번 어이없는 총기난사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국방부는 한 점 의혹 없도록 사건 전모를 투명하고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