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접근 시도…영상화엔 미흡|MBC-TV 8·15특집『TV한국가요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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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 특집 프로그램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기획이다. 기획이 제작보다 우선하는 것은 프로그램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의 성격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기획은 다소 제작상의 부족함이 있다해도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엉성한 기획은 아무리 뛰어난 제작술로도 프로그램의 결함을 메우지 못한다.
지난주 KBS와 MBC 두 방송사는 8·15 특집물들을 방영했다. 예년에 비해 크게 위축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접근을 해보려는 의식이 돋보인 프로그램들이었다.
새로운 시각이란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MBC-TV의『TV 한국가요사』와 KBS제1TV의 『현해탄의 새길』이었다.
15일부터 17일까지 3부작으로 나뉘어 방영됐던 8·15특집 다큐맨터리『TV 한국가요사』는 제1부「대중가요의 발생」에서는 개화기로부터 해방 전에 이르는 가요를, 제2부「대중가요의 변화」에서는 해방 직후부터 6·25를 거쳐 5·16전까지의 가요를, 제3부「대중가요의 현 주소」에서는 60년대 이후에서 현재에 이르는 가요들을 영상으로 정리한 프로그램이었다.
편년사적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당시의 필름·사진 등의 자료와 현존 인물들의 노래, 가요평론가 등의 증언을 엮어 더듬어 보다가 대학교수들이 본 바람직한 한국 가요상으로 끝을 맺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가요사를 영상으로 정리한 최초의 작업으로 대중예술의 원류를 찾아 봤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획이었다. 다만 제작상에 있어 영상학 작업이 미흡했으며 자료활용도 충분지 못해 아쉬웠다.
이에 비해 KBS제1TV가 15일 저녁 방영한『현해탄의 새길』은 기획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일 두 나라간에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새로운 장을 펼쳐보자는 의미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토론 참석자인 두 나라 문화·학계 인사들에게 취지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글이 되고 말았다.
우리측 사회자의 선정도 잘못 돼 있었고, 전체 토론자들의 얘기도 감정이 앞서 앞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모순이 많았다.
이는 기획단계에서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증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겠다. 즉홍적인 기획이나 구상보다 철저한 검토아래 행해지는 기획이라야만 프로는 그 성격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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