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차 고객에게 등록·취득세 전가 … 여신전문회사 ‘불공정 약관’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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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장인 A씨는 최근 5000만원대 외제차를 장기 대여(리스)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을 꼼꼼히 뒤져 본 결과 차 값의 30%인 1500만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매달 95만원씩 36개월만 내면 소유권도 넘어온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매장을 방문한 뒤 계약을 포기해야 했다. 업체 측은 “리스 가격에 취득세와 등록세 등 세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모두 포함된 금액으로 한 달에 105만원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리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9개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취득세와 등록세를 소비자에게 물리도록 하는 약관을 시정조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신한캐피탈·삼성카드·하나캐피탈·BNK캐피탈·롯데캐피탈·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신한카드 등 9개 여신전문금융회사 모두 차 가격의 7%에 달하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이용자에게 떠안기는 내용의 약관을 가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방세법에 취득세와 등록세는 소유권을 갖고 있는 리스 회사가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소유권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리스 계약을 한 경우라도 가격에 취득세와 등록세가 포함되지 않으면 소비자를 속여 판매하는 행위로 간주된다고 봤다.

  공정위는 또 리스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을 보험 가입일이나 대금 지급일로 봤던 약관을 자동차를 직접 받은 날 또는 리스회사가 인수증을 발급한 날로 수정하도록 했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외제차 업체는 차량을 해외에서 가져온다는 핑계로 길게는 2~3주까지 인도를 미룬다”며 “관련 법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대게 그냥 넘어간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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