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엽상 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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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구의 9일 낮 최고기온이 38·1도까지 치솟았다. 청주는 36·8도.올들어 최고의 기온이다.
대구, 청주만이 아니라 전국이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에 휩싸였다.서울도 33·1도. 대구의 더위는 77년 7월31일 39·5도를 기록한 이래 7년만의 기록이다.
그러나 작년에도 울산지방의 기온은 %·6도까지 올랐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이래 최고기록은42년8월1일 대구의 40도다.
물론 그것은 백엽상의 온도다. 지면은 잔디를 깔아 복사열을 차단하고 지표면에서 1·5m 높이에 측정온도계를 설치 토록해서 사방의 통풍을 좋게하고 직사광선을 피할수 있도록 만든 흰상자 속의 온도다.
그 백엽상 온도로 비공인 최고기록은 42년8월12일 경주의 43·5구 그러나 세계 지리학회의 공인기록은 22년9월13일 리비아의 알자지자의 58도나 된다.
그러니까 복사열이 많은 지역의 더위가 얼마만큼 지독한 것이란 것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의 무더위는 유난히 긴 느낌이다. 때이른 6월의 폭염이 41년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하며 기승을 부리더니 7월의 장마도잠깐,찌는듯한 더위가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밤기온이 25도를 넘는「열대야 현상」까지 겹쳐 대도시의 시민들은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런 현상을 기상학자들은 세가지로 설명한다.
6월 기온에 영향을 주는 차가운 공기 덩어리인 오호츠크기단이 남쪽으로 차져 따뜻하게 변질됐다.
8월의 더운 공기 덩어리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전국을 계속 덮고있다.예년 같으면 10개이상 발생했을 태풍마저 올해엔 7개밖에 생기지 않고 영향도 미미하다.
뿐더러 전세계적으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지구의 오염, 남태평양 해수온도 상승등「온실효과」가 무더위를 몰고 왔다.
80년 미국남부를 덮쳤던 살인무더위는 한달동안 40도를 오르내리며 농작물을 전멸 시키고 소,닭등 가축의 떼죽음을 가져왔었다. 인명만도 1천2백명을 해쳤었다.
그런 더위에 비하면 지금 우리의 무더위는 기분좋은 상태라 할까.
열탕속 같은 더위에 제발 시원한 소식이라도 소나기처렴 쏟아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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