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가 國政의 시작이자 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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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경제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소비 관련 지표는 5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며 설비 투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투자.소비는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여기다 SK글로벌.카드채 등 악재들이 산적해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이 심화되는 조짐"이란 박승 한은 총재의 진단은 현 상황을 한마디로 대변해 준다.

우리 경제의 활로는 어디에 있을까. 당면한 경제위기는 단순한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북핵과 사스 등 비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무원칙과 무기력함은 국정 혼란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신뢰 실추는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장관들이 제각기 다른 말을 하고, 경제 장관의 방침을 청와대에서 뒤집고, 원칙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해법으로 작용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경제팀 내에도 구심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화물연대 운송거부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를 둘러싼 혼선은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한다. 정치권은 경제는 뒷전이고 이전투구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마디로 돈 더 풀고 금리 조금 내린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인조차 제대로 못 짚고 있으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해법 역시 복합적으로 접근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리더십과 신뢰를 되찾는 게 급선무다. 경제팀을 중심으로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하며, 이 원칙은 일관성 있게 지켜져야 한다.

그런 다음 떠도는 3백80조원이 갈 수 있는 활로를 찾아줘야 부양책이 효력을 가질 수 있다. 새 정부는 곧 출범 1백일을 맞는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에 두고 경제 살리기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경제에 전념할 때"라고 말했다.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