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처우 개선과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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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무리 떳떳한 일도 감추려 들면 미심쩍어지게 마련이다.
최근들어 갖가지 설이 분분한 공무원처우개선문제가 바로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싶다.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할때는 다들 공무원처우개선문제가 이처럼 시급하니 『제발 신문이 앞장서서 문제점을 지적해주시오』 라며 신신당부하면서도 구체적인 복안이나 인상률에 대해서는 발표이전에는 절대 쓰지 말란다. 자칫 신문이 김을 빼 놓으면 될일도 안될 가능성이 많다는 설명이다. 여러가지 역학관계 때문이리라. 물론 신문도 여기에 잘 협조해왔다. 다 잘되자고 하는 일일테니까-.
첫 코멘트는 민정당쪽에서 나왔다. 『공무원 처우개선은 시급한 당면과제이므로 내년에는 최소한 전체예산증가율인 9·7%이상은 되어야한다』 는 요지였다 역시 납득이 가는 일이다. 중이 제머리 못 깎는 것처럼 사명감에 충일한 공무원들이 스스로 봉급 올리겠다는 이야기를 먼저 끄집어내기도 난처했으리라.
그러나 「쉬쉬-」 해온 진짜 고민은 딴데 있었다. 대폭적 처우개선을 단행할 경우 국민들에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가 하는 문제였다.
부정적인 보도만 일삼느라고 신문을 못 마땅해 하던 공무원들이 유독 이번만은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기사는 사양하면서 오히려 저임금에 따른 공무원생활의 어두운 면과 문제점위주로「크게」 써달라는 부탁을 서슴지 않게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공무원봉급을 대폭 올릴경우『임금억제를 강조해온 정부가 지금와서 공무원처우개선 운운이 무슨 소리냐』 는 오해 (?)에 대해 신문이 좀 총대를 메고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껴진 것은 두가지-. 하나는 『세금을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공무원의 처우개선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시급한 과제구나』라는 안쓰러운 생각과 함께 다른 하나는 『도대체 공무원처우문제를 이지경까지 만든게 누군데 지금와서 쉬쉬하면서 국민들의 오해 운운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공무원처우개선문제가 어디 어제오늘 이야기인가. 지난 81년에 짰던 5차 5개년 계획에는 『5년동안 실질인상률 5%에 물가 오른 것만큼을 매년 더 올려주겠다』 는 내용을 주요 지침으로 못박기까지 했었다.
공무원의 사기나 자질저하가 이대로 가다간 큰 낭패를 낼 것이라며 모두가 입을 모았었다.
그러던 것이 「동결의 회오리」가 불어닥치며 언제 그런 이야기가 있었느냐는 듯이 공무원처우개선문제는 하루아침에 쑥 들어가 버렸다. 물가안정이 지상과제인데 무슨 소리냐는 분위기속에서 공무원처우개선주장은 인플레로 나라 망치려는 선동처럼 단죄됐다. 이때도 역시 신문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역사적인 예산동결을 단행하는 마당에 당연히 공무원이 앞장서야지요. 봉급 바라보고 공무원 생활합니까. 사명감이 문제지요. 이럴때야말로 신문이 앞장서서 예산동결을 지지해주고 공무원의 사명감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라면서.
신문의 중요성을 자나깨나 강조해 주는 것은 기분 나쁘지 않았으나 그 내용은 작년과 금년이 이처럼 판이하니 과연 신문은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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