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쟁할 친구 사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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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고 점수가 발표되면 곧 대학생이 될 홀가분하고 기쁜 친구들과 일년 더 공부를 해야 하는 슬픈 친구들로 나누어지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어울리는 친구들이 거의 대부분 함께 합격을 하거나 함께 재수를 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3 수험생활을 서로 비슷한 방식으로 지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만나고 있는 친구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학창시절은 자아가 미완성인 시기이기 때문에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속담 처럼 어떤 친구를 만나는가는 무척 중요하다. 물론 공부 잘 하는 친구와의 만남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발전적이지 못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그들의 생각이 점차 나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온통 인터넷 게임이나 TV프로그램의 내용이 화제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나도 인터넷을 해야 하고 TV를 보아야 대화에 끼어들 수 있다. 꿈이 없는 친구들에게 꿈을 이야기하면 꿈을 깨라고 말할 것이고, 꿈이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함께 꿈을 이루자고 할 것이다.

지금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같아도, 세월이 지나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고 함께 살아가게 된다. 초등학교 때 매일 만나던 친구도 이사를 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년에 몇 번 만나기 힘들게 된다. 친구는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공부의 적이 되기도 한다. 서로 도와주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친구가 곁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부는 외로움을 타기 때문에 친구와 보조를 맞춰 하면 집중력도 생기고 게을러지다가도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함께 꿈을 이뤄가는 마라톤의 동반주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공부를 잘 못하더라도 삶에 있어서 긍정적이고 꿈이 있으며 발전 지향적인 친구를 곁에 두길 바란다. 물론 자신도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특히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성 호르몬이 넘쳐흐르는 고등학교 시절에 이성 친구를 만나다 보면 세상의 모든 가치기준이 이성 친구가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24시간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은 좀 뒤로 미루고, 나의 꿈을 이루는 데 무엇이 더 소중한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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