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찍지 마세요, 못 쳐요" … 홈런 치고 거짓말쟁이가 된 민병헌

중앙일보

입력

민병헌. [사진=일간스포츠]

"저 찍지 마세요. 못 쳐요."

5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훈련을 하던 두산 외야수 민병헌(28)은 인상을 찌푸렸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였다. 민병헌은 지난달 1일 대전 한화전서 주루를 하다 왼쪽 허벅지를 다쳤다. 13일 뒤에는 kt전에서 손등에 공을 맞았다. 전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져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민병헌을 보며 "살살 하라"고 할 정도지만 행여나 선발에서 교체되면 더그아웃 한 쪽에서 열심히 방망이를 돌릴 정도로 의욕이 강하다. 실제로 민병헌의 타격감은 절정에 올라 있다. 타율 0.395(4일 현재)로 1위. 최근 10경기 타율도 0.395다.

덕분에 민병헌은 KBO 공식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참가할 수 있는 'Be the legend(비 더 레전드)' 게임에서도 인기선수다. 매일 안타를 칠 것 같은 타자를 선택한 뒤 그 타자가 안타를 치면 성공으로 인정되며, 50경기 연속 성공할 경우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다. 상당수의 참가자가 타격 1위인 민병헌을 그 날의 플레이어로 찍고 있다. 하지만 민병헌은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145㎞짜리 공을 노리고 휘둘러도 스윙이 잘 따라가지 않는다"며 "지난 2일(삼성전·4타수 무안타)에서 저를 찍었다가 틀린 분들이 꽤 있을 거다. 오늘도 못 칠것 같다. 찍지 마시라"고 했다.

하지만 민병헌의 말은 거짓말이 됐다. 1번타자로 출전한 민병헌은 첫 두 타석에서 2루수 땅볼,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다. 그러나 7-2로 앞선 5회 말 1사 2루에서 LG 김선규의 몸쪽 직구를 공략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6호 홈런. 팀에게도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 '착한 거짓말'이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