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폐 새 증거 내달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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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한국 정부가 '북한이 위폐를 제조하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데 보다 적극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미 정부는 북한의 위폐 제조 행위에 대해 16일 많은 나라(40여 개국)를 대상으로 브리핑하는 바람에 새롭고 강력한 증거들을 제시하기 곤란했다"며 "한국에 보일 새로운 증거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위조지폐 인쇄기 옆에 서 있는 사진 같은 것은 아니지만 16일 브리핑에서 언급한 특수 잉크와 정밀 인쇄기보다 훨씬 구체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23일 "올 초 한국 경찰이 북한산 위조지폐를 대량 적발했다"며 "이런 일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의 위폐 제조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포럼에 참석, "한국 경찰은 당시 원산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수사를 끝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적발된 '수퍼노트(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엔 북한산이라고 쓰여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정보 분석을 거쳐 북한산이라고 믿게끔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단순히 위폐 제조를 중단한다는 약속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검증 가능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에서 발견된) 위폐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선 과학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대사가 말하기엔 적절치 않고, 미국 재무부가 밝혔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위폐 문제는) 잉크와 종이 등을 따져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미 대사의 발언에 대해 고위 당국자가 이처럼 반박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북한 위폐 제조 문제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서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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