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최희섭이 '불평등 계약' 했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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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2일, LA 현지 언론 '데일리뉴스'에서 최희섭의 계약 조건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최희섭이 '개막전 이전에 방출당할 경우'에는 72만5000달러 전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자 최희섭의 계약이 '불평등 계약'이며 몸값이 헐값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에서 제기됐다. 에이전트가 무능해 부족한 대우임에도 사인했다거나 최희섭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다저스에 매달렸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다저스와 최희섭 측은 분명 규정에 나와 있는 대로 '평등한' 계약을 했다. 그 결과를 놓고 잘됐다 잘못됐다는 평가는 할 수 있어도 애초부터 '불평등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해 구대성(뉴욕 메츠)의 경우에도 그랬다. 구대성이 에이전트 탓에 메츠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했다는 국내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구대성은 충분히 심사숙고한 뒤 2년이 보장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행 대신에 1년만 보장되는 메츠행을 택했다. 구대성은 1년이 지난 뒤 후회했겠지만 그건 불평등한 계약 탓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였다.

최희섭과 그의 에이전트는 현실적으로 소신을 다해 계약했을 것이다. 자신만의 잣대로 계약 내용을 평가하고, '불평등 계약'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사용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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