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입 월급 300만원 공무원 연금 171만원 → 153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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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의 합의안은 ‘약간 더 내고 약간 덜 받는’ 방식이다. 보험료는 28.6% 올리고, 연간 지급률은 10.5% 줄이게 된다. 연금의 틀을 바꾸지 않고 보험료와 지급률을 약간 조정하는 2009년 개혁 방식을 따랐다. 개혁안 처리 시한(2일)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공무원단체가 중간 선에서 적당히 합의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개혁 효과가 크게 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이 제시한 개혁안(법률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새누리당은 보험료 10%, 지급률 1.25%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 이후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보험료 10%, 지급률 1.65%’를 마지노선으로 수정·제시했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 안이다. 이 안은 한 해 들고 나는 돈을 0으로 만드는 수지균형 안이다. 이번 합의안은 김용하 안에 비해 보험료는 1%포인트, 지급률은 0.05%포인트 높다. 김용하 안대로 하면 2016~2070년 1572억원의 재정이 들어간다. 현행대로 내버려 둘 때에 비해 415조원이 절감된다. 이번 합의안(307조원 절감)대로 하면 김용하 안보다 70년 동안 108조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합의안의 효과가 낮은 이유는 지급률 변화 폭이 적은 탓도 있지만 이를 2036년까지 20년에 걸쳐 서서히 떨어지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9년 개혁보다 못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시에는 지급률을 2.1%에서 1.9%(인하율 9.5%)로 바로 내렸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수 교수는 “20년에 걸쳐 지급률을 낮추면 재정 절감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신대 경제학과 배준호 교수는 “김용하 안대로 해야 재정절감 효과가 2009년과 비슷하다. 따라서 이 합의안은 그때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내년부터 1.7%로 내려도 재정절감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은데 20년에 걸쳐 낮추니 더 효과가 떨어진다”며 “그간 공무원연금에 쌓인 부채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빚이 쌓이지 않게 수지균형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두 연금을 통합하기로 목표를 정했으나 합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300만원 월급쟁이가 30년 가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 달에 받는 국민연금은 90만원이다. 공무원연금은 현행대로 하면 171만원, 김용하 안은 148만5000원, 합의안대로 하면 153만원이다. 월평균 연금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국민연금은 34만원(20년 이상 가입자 87만원), 공무원연금이 218만원인데 이 차이가 별로 좁혀지지 않게 됐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 개혁 때 2000년 이전에 임용된 공무원의 연금이 별로 안 깎였다. 합의안대로 20년에 걸쳐 지급률을 낮추면 40대 중반 이상의 기존 공무원들(전체 공무원의 56%)이 이번에도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이용하 국민연금공단 연금제도연구실장은 “지급률을 1.5% 정도로 깎아야 개혁 효과가 나온다”면서 “2009년에 제대로 개혁하지 않아 다시 개혁을 하는데, 이번에 근본적 개혁을 못 이루면 머지않아 또 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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