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조건 나익진 <(주) 동아무역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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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속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성공은 커녕 겨우 낙제를 면한셈이지요. 그런 내가 「사장학」에 대해 말한다면 설득력이 있겠읍니까.』
나익진사장(69)은 고희를 눈앞에 둔 고령 일선경영자중의 한사람 학창시절 일제지하에서부터 해방후 여러번 혼란기의 와중에서 수많은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다.
이들의 부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권력과 손잡지 않고 특권사업에는 뛰어들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경영철학을 갖게됐다.
『큰돈을 벌수있는 기회가 여러차례 자신에게 주어졌지만 정당치못한 방법으로는 벌고싶지 않았다』는 나사장은 1할이 남는 장사라면 검토를하지만 5할이나 금이 남는다는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술회한다.
거기에는 반드시 협잡이 개재돼 있으리라는 경험때문이다.
60년대초 상공차관 산은총재등을 역임했기 때문에 이를 사업에 이용할수도 있었지만 양심에 부끄러운 일을 할수가없어 지금까지 「가난한 사장」으로 남게됐다며 웃는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정도의 생활에 만족하려면 중소기업이면 족하고 대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그것이 곧 「국민의 기업」이란 윤리관을 지녀야 한다고강조했다.
「근면 성실 창의 협동」의 사훈을 사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회사를 위해서뿐 아니라 사원개개인이 이를 지키면 훌륭한 시민이 될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험을 하지않고 현상유지에 주력, 주위로부터 융통성이 없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만사분이정 부생공자망』(모든 일의 분수가 이미 정해져있는데 하찮은 인생이 쓸데없이 바쁘기만 하다)으로 대답해준다.
술 담배를 하지않고 받10시30분이면 취침, 새벽5시30분에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유지한다. 웬만큼 큰일이있어도 토요일에는 거르지않는 골프는 핸디18. 상오9시에 출근, 텔렉스와 신문을 읽은뒤 사내를 순회하면서 임원들과 자연스럽게 업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상한 일면을 지니고있다.

<약력>
▲1915 전북김제출생▲1941 연전상과졸▲1952동서통상가사장▲1960체신부차관 상공부차관경 장관직무대리▲1961 한국산업은행총재▲1962 동아무역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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