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단독 1위…끈질긴 두산 야구가 되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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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두산 야구가 되살아났다.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 kt전에서 3-3으로 맞선 11회 말 정진호(27)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며 단독 1위를 달렸다. 16승8패로 승률이 0.667이다.

이날 경기는 올 시즌 두산의 달라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명승부였다. 두산은 kt에 3-1로 앞서가다 9회 초 동점을 허용했다.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었지만 두산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 장원준을 영입한 것 외에 두드러진 전력 보강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부임한 김태형(48) 두산 감독은 한 달 사이에 전혀 다른 팀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취임식에서 "두산다운 야구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두산의 야구는 이기는 야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도 "두산은 꾸준한 성적을 냈다. 짧은 시간에 그걸 잃어서 팬들의 실망이 더 컸던 것 같다. 성적을 끌어올리면서 '허슬두(hustle+두산, 활기차고 몸을 사리지 않는 두산 스타일)'의 팀 캐릭터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두산은 SK(91회)에 이어 가장 많은 희생번트 작전(81회)을 구사했다. 한 점을 소중히 여겼던 송일수 전 감독의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두산 선수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두산은 기동력으로 한 발 더 나가고, 그렇게 만든 찬스에서 강공으로 점수를 내는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올 시즌 두산의 희생번트는 7회에 불과하다. 10개 구단 중 번트작전을 가장 적게 사용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32회)의 5분의1 수준이다. 희생번트가 줄었지만, 찬스에선 더 강해졌다. 두산의 득점권 타율은 지난해 7위(0.282)에서 4위(0.281)로 뛰어올랐다. 대타 타율도 지난해 9위(0.194)에서 1위(0.333)로 뛰어올랐다. 찬스를 놓치지 않는 두산의 승리 공식이 되살아난 것이다.

끈질긴 팀 색깔도 돌아왔다. 지난해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5승1무55패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두산은 7회 이후 타율이 0.311로 10개팀 가운데 2위를 기록 중이다. 7회 이후 홈런도 6개로 1위를 기록하며 4차례나 승부를 뒤집었다. 16승 중 절반 이상인 9승이 역전승(1위)일 정도로 뒷심이 강해졌다. 두산은 4번의 연장전에서도 3승1패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 경기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치르는 것처럼 총력전을 펼치는 한화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은 전력을 다지고, 승부는 8~9월에 본다"며 초보감독답지 않은 여유를 보이고 있다. 투·타의 주축 선수들이 시즌 초반 부상으로 신음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한 대안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외국인 선수 루츠가 허리 통증을 이유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백업선수인 최주환이 공백을 메웠다.

김태형 감독은 현재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끈끈한 팀 컬러를 되찾아 역전승을 많이 거둔 점은 고무적이다. 이기는 맛을 알아가고 있다”며 "초반 순조로운 페이스에 안주하지 않고 시즌 막판까지 '허슬두'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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