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안] 어려운 이웃 돌보는 하노이의 '한국 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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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베트남 하노이 외환은행의 이인석(사진)지점장은 현지 교민사회에서 '하노이 천사'로 불린다. 어렵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을 적극 돕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는 회사에서 주는 집세 1000달러를 절반으로 줄여 서민들이 사는 동네로 이사 갔다. 아낀 집세 500달러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좀 더 자주 만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평소 어려운 이웃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3년 전 회사가 하노이 지점장을 공모하자 '왠지 베트남에 가면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원했다. 처음엔 여느 직원들과 같이 큰 집을 구하고, 가정부도 4명이나 고용했다. 한국에 있는 친지들은 "황제가 따로 없다"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가정부 월급이 100만동(약 7만원)이더군요. 그래도 일자리가 없어 노는 친척들이 많다고 하길래 3명 더 데려오라고 했죠. 내가 조금 더 절약하면 네 가족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베트남 서민 거주지로 옮긴 뒤 이런 일도 있었다. 하루는 퇴근하는데 집 앞에서 10대 구두닦기 소년과 마주쳤다. 소년은 그에게 구두를 닦으라고 통사정을 했다. "학교는 다니냐"고 묻자 소년은 "돈이 없어 가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바로 소년의 손을 붙잡고 그의 부모를 찾아갔다. 그리고 "내가 학비를 댈테니 빨리 학교에 보내라"고 설득했다.

소년은 지금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는 이런 식으로 200여 명의 현지인들을 도와주고 있다. 얼마 전엔 베트남 최고 명문인 하노이대 법대에 장학금 1000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하노이=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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