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교관들이 전 세계로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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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발 규모=북한 위조지폐는 1989년에 적발되기 시작했다. 적발 규모가 매년 평균 27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 액수가 갑자기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적발된 위폐 총액은 5000만 달러에 이른다. 미 정부는 북한이 실제로 만든 것은 이것의 몇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진짜 뺨치는 가짜=미국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16년 동안 제조, 유통시켜 온 100달러 위폐 사진과 실물을 여러 장 공개했다. 너무 정교해 진짜와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이 만든 100달러권은 어떤 위폐보다 정교해 '수퍼 노트'로 불린다.

미국은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위폐를 만든 근거로 최근 스위스산 시변색(視變色) 잉크와 일본과 프랑스에서 만든 정밀 화폐 인쇄기를 잇따라 대량 구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두 품목 다 국가를 대상으로만 판매된다. 시변색 잉크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특수 잉크로, 매우 고가이며 화폐 인쇄에 쓰인다. 미국은 북한이 자국 돈을 찍는 데 이렇게 비싼 잉크와 정밀 인쇄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달러 위조의 가장 확실한 증거로 지목하고 있다. 또 다른 증거로 북한 외교관들이 외교 행랑으로 위폐를 유통시키고, 이것으로 물품을 구매하다 여러 번 적발된 사실과 북한이 입금한 은행 계좌에서 위폐가 섞여 나온 사실 등도 공개했다.

북한이 위조한 달러화는 마카오 외에 중국 본토와 홍콩.대만.동구권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남미 2개국, 아프리카 1개국에서도 발견됐다고 미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미 정부가 북한 관리들이 제3국 은행에 위폐를 입금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브리핑 참석자는 "그런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한국은 추가 정보 요구=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한 국가는 한국.중국.일본.호주.유럽 등 40여개국이었다. 이 중 브리핑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추가 정보가 있는가"라는 취지로 질문했으며, 중국은 브리핑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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