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이모저모] "한번 봐달라" 호소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28일 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격정적이고 빠른 어조와 차분하고 느린 어조를 번갈아 썼다. 盧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에 의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할 때는 심각한 표정에 단호한 말투로 "어떤 범법 행위도 없었다"고 못박았다.

반면 형 건평씨의 거제 땅을 매입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이기명 후원회장 소유의 용인 땅 1차 매입자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던 이들이며 모두 '호의적 거래'였을 뿐이라는 논리로 이해를 구하는 대목에선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盧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국민에게 "결과적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盧대통령은 "저와 저희 가족의 경제활동이 모두 비리인 양 일방적으로 매도돼선 안된다"고 지나친 의혹 제기의 부당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건평씨의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투기 논란에 대해 "돈 되는가 싶어 샀다가 나중에 깡통이 되고 만 것"이라고 대응하거나, 대출 연장 압력 행사 논란에 "당시 나는 그야말로 백수였다"고 응수했다.

준비된 회견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盧대통령은 회견 종료를 알리는 이해성(李海成)홍보수석의 멘트를 저지한 뒤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고개를 숙이고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뒤 "여러 사람들에게서 사업 자금을 조달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 뒤 의혹의 초점이 된 박연차 회장과 이기명씨 등이 관련된 부동산 거래에 자신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그러나 어떤 이득을 주고받은 일은 없으며 죄 지은 일도 아닌데 이름이 오르내리기를 누가 원하겠나. 내 사정도 그것쯤은 한번 봐달라"고 토로했다.

盧대통령은 또 "고향의 형님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객지를 전전하고 있는 등 사는 게 말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의 가족이 치러야 될 부담이라 하더라도 너무 가혹하며 대통령이나 그 가족도 사생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고려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盧대통령은 27일 민정수석실이 준비한 회견문을 직접 수정했다고 한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