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동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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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에겐 두 돌이 지난 쌍동이가 있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나의 고통이 얼마나 크다는걸 짐작하리라 믿는다.
그것도 유전인지 친정쪽으로만 사촌오빠두 분이 그렇고, 고종오빠, 또 이모, 그다음 내가 5번째로 쌍둥이를 낳은 셈이다.
그애들을 낳았을땐 꼭 천벌을받은 것 같은게 충격이 대단했다.
두개씩 나오는 우유병에다 기저귀·옷가지 모두가 남보다 곱절씩이다.
그러니 출산 후유증으로 건강하지 못한 나로서는 밀려오는 일거리며 둘이서 합창하며 울어댈때는 아예 비참하기까지 했다.
어느날 엄마와 아빠에게 아이 하나는 아기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에게 주자고 제안했더니 엄마와 그이는 펄쩍 뛰면서 힘겹더라도 참고 견디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책으로 엄마가 아이 하나는 두 돌이될때까지 키워주기로 결정지었다.
하나 만9개월이 됐을때 그 아이는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엄마가 아주 잘보살핀 덕에 내가기른 아이보다 훨씬 튼튼하고 벌써 걷고 있었다.
난 그애를 보는 순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고 엄마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난 이를 악물고 아주 열심히 애들을 돌봤고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게 지금은 두돌이 지나 우유병도, 기저귀도 없는대신 똑같은 옷에, 장난감에 먹는것 하며 외출하는것까지 셈을 내니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더구나 이젠 말도 잘하고 걸어다니기까지 하니까 대문만 열어 놓으면 어느새 한 아이가 없어지고 찾아다 놓으면 또 다른 아이가 없어진다.
한편 이렇게 낳아서 지금까지 어려웠지만 이제는 재롱도 부리고 말도 잘 하니까 그렇게 예쁠 수가없다.
이런 보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 한때 그 고통을 피하고자 했음을 그애들을 볼때마다 미안하게 느껴진다.

<충남보령군대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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