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정치」구현에 최선"-권익현 민정 대표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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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대 국회 때는 그 자리에 앉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점쳤던 권익현 신임 민정당대표위원.
전임자의 사정으로 최소한 그 시기가 몇달은 앞당겨졌다고 봐야할 「권 대표위원의 등장」에 대해 막상 본인의 소감은 일단 담담한 편이다. 『능력에 과분한 직책을 맡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일이 주어졌으니 전두환 대통령의 지도이념, 당이념 구현에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어디 다른데 있다가 온 것도 아니니 새삼 당 운영이나 진로가 달라질 것은 별로 없겠습니다.
민정당 간부들이 대개 그렇지만 부드럽거나 싹싹함보다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움이 아직은 더 몸에 밴 자세 그대로 권 대표는 말을 잇는다. 『창당 3년여를 지내 오면서 우리 민정당은 나름대로의 전통과 기틀을 세웠다고 봅니다. 한 자연인의 교체가 당 운영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 나라와 역사 앞에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당을 운영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장 사건, 그리고 이번의 정내혁 대표치부 투서사건 등 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그는 한달음씩 앞으로 나왔고 이제 명실상부하게 당을 떠맡게 됐다.
-사무총장이 될 때도 그랬지만 이번 대표위원 역시 정치적 돌발사에 의해 바뀌게됐는데….
『민정당은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청렴장치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뿌리내리겠다는 사명을 다 할 것입니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대학을 통해 화합을 추구하여 그 결과로 국민과 역사앞에 책임을 지는 정당이 되기위해 어떤 일이라도 다 해야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의 민정당대표위원은 실권이 없는 상징적 자리였다. 그러나 권 대표의원의 등장으로 이런 통념은 이제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 대표가 여지껏 실권이 없었다는 얘기는 잘못된 표현이예요, 사무총장이 처음으로 대표위원이 된 것은 민정대사가 일천해서 그런 것뿐입니다. 앞으로는 평당원이 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당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늘(25일) 열린 의총에서도 보다시피 폐쇄는커녕 당 소속의원 누구도 자기 의견을 충분히 개진해왔다고 믿고 있습니다』(만일의 의총에서는 민정당이 제의한 1구 1∼3인제 선거구안에 대해 이상선 의원이 모처럼 반대의견을 제기, 1구2인제의 유지가 더 낫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었다).
이때 마침 유치송 민한당 총재로부터 축하전화가 걸려왔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잘좀 부탁드립니다. 협조도 좀 해 주셔야지요』
-야당대표와의 상견례는 언제쯤 하시겠습니까.
『내일쯤 국회에 나가면 자연히 만나게 되지않겠습니까. 모두 정치를 오래하신 경륜 있는 분들이니 앞으로 대화가 갈 돼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별하게 대야관계를 구상한 것은 없고 지금까지 이룩되어온 통상관계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문제의 「치부투서」에 대해 한마디하시죠.
『전임 대표의 일신상 문제이므로 당으로서는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권 대표는 그러면서 좁은 지면에 무슨 그리 쓸 말이 많겠느냐』며 오늘은 이만 하자고 자리를 떴다. <유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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