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4·29 민심 오해 말라 … 이젠 국정개혁에 매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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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3곳, 무소속이 1곳에서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멸했다. 이번 선거는 지역구 4곳에 불과한 미니(mini) 선거였지만 결과적으로 수퍼(super) 선거가 되고 말았다. 여야의 수뇌부가 총출동해 올인하다시피 판을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성완종 사태까지 터지면서 각종 국정 현안이 재·보선 뒤로 밀렸다. 정치권이 이렇게 ‘동네 선거’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민심은 차분했다. 4·29 재·보선 투표율은 36%에 머물렀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보다 소폭 올랐을 뿐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결과를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 ‘성완종 쓰나미’라는 악재를 만났으나 야권이 분열하는 바람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압승을 거둔 측면이 더 짙다. 더 큰 문제는 야당이다. 새정치연합은 오로지 성완종 파문에 매달려 반사이익만 노렸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성완종 특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유권자들은 “여야 모두의 문제”라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선거는 정치권에 의해 지역 선거가 전국 선거처럼 둔갑했을 뿐이다. 또한 재·보선 지역마다 독특한 사정들을 안고 있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패배한 인사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물밑에서 오히려 제3 후보를 미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같은 정당 안에서도 계파별로 이해가 엇갈려 선거운동에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따라서 정파적 시각에 얽매여 이번 선거가 전국 민심을 대변한 것처럼 우긴다면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재·보선을 핑계로 미뤄놓은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야가 선거 결과를 놓고 주판알을 퉁길 시간이 없다. 무엇보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부터 차질 없이 진행시켜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계속 겉돌았고, 발등의 불인 공무원연금 또한 ‘무늬만 개혁’으로 후퇴시킨 채 재·보선 뒤로 넘겼지 않은가. 여야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2+2 담판 등을 통해 매듭지을 건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 내년 총선까지 남은 1년의 개혁 골든 타임을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된다.

 청와대와 정부도 현안들의 교통정리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검찰은 사회개혁 차원에서 성완종 사건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면 비리 의혹의 진상도 밝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다. 더 이상 병상(病床) 담화나 유체이탈 화법으로 적당히 끝낼 게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총리가 사퇴할 정도로 파문이 커졌다면 국민들에게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는 게 예의다.

 이제 재·보선의 승패를 떠나 대통령과 여야는 배를 탔다는 심정으로 개혁 과제에 매달려야 한다. 더 이상 과거에 매달려 미래를 망칠 수 없다. ‘이제 국정개혁에 매진하며 속도를 내달라’는 게 4·29의 엄중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