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은 내가 지켜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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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성단체가 마침내 여성자신이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호신술 보급에 나선다. 여성의 전화(이사장 정희향)는 앞으로 근로공단·여성단체·여학교 등을 돌면서 호신술을 보급할 것을 목적으로 이미 6명의 상담원들에게 호신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16일 하오3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국어린이 회관2층 강당에서 열리는 여성의 전화 개원 1주년 기념식에서는 그 호신술의 시범이 있을 예정이다.
『지난 1년간 여성상담을 해본 결과 상당수의 여성들이 남성폭력 때문에 순결을 잃어 원치 않은 결혼을 해 불행한 것을 알게되었읍니다. 비슷한 처지로 고통받는 미혼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김희선 여성의 전화 원장의 얘기다.
그밖에도 밤거리에서, 야외에서 만나게되는 치한들, 집에 앉아있어도 언제 강도를 만나 불행을 당하게되는 경우가 될지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만큼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키 위해 여성들은 호신술을 익힐 필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의 전화 상담원인 강혜숙·김계정·야영숙·임인옥·정영애·한정자 등 6명의상담원은 현재 연세대체육과 김영환교수로부터 태권도·유도·합기도 등을 합해 만든 호신술을 익히고 있다.
30대와 40대의 가정주부들인 이들은 l6일 호신술 시범에 참가하며 앞으로 기능이 익혀지면 여성의 전화가 계획하고 있는 여성을 위한 순회 호신술교육에서 사범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한다.
『벌써 세번 강습에 15∼16가지의 호신술을 알게되었습니다. 일단 유사시에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할 때 사용하는 방법들인데 여성 누구에게나 꼭 필요할 것 같다』고 임인옥씨는 얘기한다.
김영환교수는 상대가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손을 잡았을 때 ▲뒤에서 껴안을 때 ▲칼이나 권총 등 무기로 위협할 때 등 다양한 경우에 대비한 구체적인 방어책을 가르치고 있다. 심한 상처를 입지 않고 넘어질 수 있는 요령인 낙법도 함께 익히고 있다.
『어느 경우에도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호신술은 달려드는 상대에게 두손가락을 펴 눈을 공격하는 것과 남성의 급소를 발길로 차는 것입니다. 일격에 성공해야하고, 그러려면 당황하지 않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고 김교수는 충고한다.
보통 호신술을 능숙하게 익히려면 주 2∼3회씩 6개월은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김교수의 얘기다. 주부 야영숙씨는 자신이 익히고있는 호신술을 우선 대학 3학년인 딸에게 먼저 가르쳐야겠다고 얘기한다.
이들 주부들은 힘들지만 자신들이 뜻하지 않은 사태로 불행에 빠질지도 모르는 많은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연세대체육관에서 연습에 몰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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