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898원 무너진 저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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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00엔=900원’ 저지선이 7년2개월 만에 무너졌다.

 28일 일본 엔화 대비 원화 값은 100엔당 898.56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보다 엔화 가치가 3.73원 떨어졌다. 엔화와 견준 원화 값이 800원대로 치솟은 건 2008년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와 비교한 원화가치도 상승했다. 전날보다 달러당 3원 오르며 1070원 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국내 수출기업은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됐다. 원화 값이 오른다는 건 한국에서 만든 제품 가격이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비싸진다는 의미다. 일본산이나 유럽산 상품과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안 좋은 데다 통화가치까지 낮아지면서 일본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8개국)에서 수입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통화경쟁이 심해지면서 올해도 수출이 경기를 이끄는 힘이 매우 작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엔저(엔화가치 하락) 위험을 언급했다. “올해 2분기(4~6월)가 앞으로 회복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면서 “엔화 약세 지속 그리고 중국 성장세 둔화 같은 대외 위험이 수출을 통해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 맞다”고 말했다.

 통화가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원화가치 강세로 엔화 값이 800원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적인 시각과 올 하반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엔화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리란 낙관적 의견이다.

조현숙·염지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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