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도 멘티도 진짜 ‘공부의 신’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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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공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멘티 서동우(왼쪽)씨와 멘토 백종원씨는 “두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멘티, 진로 정하고 자기소개서 첨삭 지도 받아
“형 덕분에 입학사정관제 준비 탄탄하게 했죠”
멘토도 함께 꿈 키우며 자극 받아 대학원 진학

1년 만에 만난 멘토와 멘티는 마치 어제 본 사이 같았다. “중간고사는 잘 봤어?” “형은요? 아침에 몇 시에 나온 거예요?” 지난 26일 서울 서소문로 중앙일보 본사 앞에서 만난 멘티 서동우(20·성균관대 생명공학대학 유전공학 2학년)씨와 멘토 백종원(24·포스텍 대학원 기계공학과)씨. 중간고사를 마친 서씨를 만나기 위해 백씨는 포항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온 길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일보 ‘공부의 신 프로젝트’를 통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11년 서울 강남역의 한 파스타 가게였다. “잘 지내보자”는 한마디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3년 반 동안 이어졌다. 첫 만남 당시 서씨는 내신 2등급의 경기고 1학년 학생이었다. 당시 경희대 기계공학과 2학년이던 백씨가 보기엔 조금만 노력하면 1등급도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백씨는 서씨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그는 “나도 고교 때 내신 2등급대였다”며 “성적은 강요한다고 오르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 목표 대신 꿈에 대한 목표를 세워 주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형을 만나기 전에는 꿈이 없었다. 하지만 형을 만나고 나서 꿈이 생겼고 덕분에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공신 프로젝트를 4기부터 8기까지 계속했다. 서씨는 “성적에 대한 압박을 줬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는데 친형처럼 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줬다”며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할 때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씨가 입학사정관제 준비를 3년 동안 탄탄하게 할 수 있었던 건 백씨의 도움 덕분이었다. 서씨는 “형 덕분에 일찍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염두에 두고 공부할 수 있었다”며 “형은 입학사정관제에 유리한 교내 대회나 실험을 알려주고 준비를 도와줬으며, 3년 내내 내 성적표를 확인하면서 어느 부분을 보강하면 좋을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줬다”고 말했다. 또 백씨는 서씨의 자기소개서를 첨삭 지도해 줬고, 서씨가 목표로 한 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를 찾아 관련 정보를 전해주기도 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원 선배나 교수를 찾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어 알려줬다.

두 사람은 서씨가 고1, 2학년 땐 두 달에 한 번, 고3이 되고 나선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만났다. 매주 3~4회씩 문자를 주고 받고 거의 매주 장문의 e메일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았다. 서씨는 “생물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위해 형이 좋은 공부법도 알려주고, 생물학과에 진학하면 어떤 공부를 하게 될지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서씨는 입학사정관제로 성균관대에 입학했고, 멘토 백씨는 포스텍 대학원 과정을 시작했다. 백씨가 포스텍 진학을 결심한 건 서씨의 영향이 컸다. “동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자극이 됐다. 동우가 대학을 준비하듯 나는 대학원을 준비했고, 둘이 모두 원하던 곳에 합격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형이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자체가 내게는 굉장한 동기부여이자 인생 최고의 멘토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공신 프로젝트 11기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반갑다고 했다. 성적 향상뿐 아니라 함께 꿈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자신도 꼭 공신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만간 예정된 군 복무 후 공신 프로젝트에 멘토로 참여해 형에게 도움 받은 것처럼 후배들을 돕겠다고 했다. 백씨는 “공신 프로젝트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개인 과외가 아니다”며 “멘티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멘토가 돕고, 멘토 역시 멘티와 함께 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형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꿈과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인생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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