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 "우리가 꼬마 자민당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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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의 근간인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2항 삭제, 정부계 금융기관 단일화, 중국에 대한 견제 등 마에하라 대표의 정책과 발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너무 흡사하다. 일본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선 고이즈미 총리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6, 17일 열린 정기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많은 당원은 "집권당인 자민당과 제1 야당인 민주당이 뭐가 다르냐. 우리가 '꼬마 자민당이냐'"고 꼬집었다. 히라노 다쓰오(平野達男) 참의원 의원은 "당내에서 논의를 거치지도 않은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마에하라 대표는 "내 나름대로 비전을 제시하면 (그걸 놓고) 당내에서 의견을 모아가면 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자민당과 민주당의 연정설도 도마에 올랐다. 마에하라는 "정권교체 없이 일본은 변할 수 없다는 입장에 일절 흔들림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원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마에하라가 "가능성이 99.99% 없다"고 밝힌 점을 꼬집어 한 전직 의원은 "100% 없다고 해야지 99.99%가 뭐냐. 야당 당수가 그렇게 얘기하면 국민은 '0.01%는 가능성이 있구나'하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전 대표는 17일 "그런 이야기를 해서 기뻐하는 것은 공산당과 사민당뿐"이라고 비꼬았다. 제대로 된 야당 당수의 자세가 아니라는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게다가 마에하라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고이즈미 총리의 '톱 다운(위에서 아래로의 지시형)'방식과 비슷해 '미니 고이즈미'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런 민주당의 분란을 즐기는 모습이다. 그는 16일 연정설에 대해 "마에하라 대표가 당내외 비난에 직면했지만 역경을 딛고 힘내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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