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명분 없는 민주노총 총파업 해도 너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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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총이 24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들어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9년 만에 연가투쟁을 강행한다. 전국공무원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법무부·교육부와 공동으로 “총파업과 연가투쟁은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는 집단행위로 가담한 공무원은 엄중 문책하고 형사처벌까지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은 명분도, 정당성도 결여된 불법적인 정치파업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민노총이 내놓은 ‘백화점식’ 파업 명분은 대부분 근로 조건과 무관한 것들이다. 노조는 세월호 시행령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어젠다를 망라해 파업 이유로 내걸었다.

 파업의 명분도 약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가 성사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최근 결렬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대화에서 빠져놓고 대통령이 독대에 응하지 않았다고 파업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한 위원장은 당선 직후인 지난 연말 이미 이번 총파업을 선언했다. 파업을 미리 결정해놓고 명분이 될 만한 내용을 긁어모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민노총이 세월호 문제까지 총파업에 연결시키는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전 국민적 아픔을 가져온 참사를 총파업 동력을 키우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노동계 내에서도 이번 파업의 명분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도 “날짜를 맞추기 위한 억지 파업”이라며 “대통령 독대가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파업 찬반 투표의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일부에선 비밀투표가 아니라 서명을 받는 식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노조와 관계없는 대부분의 국민은 관성처럼 벌어지는 노동계의 불법 정치파업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총파업 집회가 폭력시위나 도로 점거로 이어질 경우 일반 국민은 이로 인한 불편을 참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말마다 세월호 추모행사를 빙자한 불법 폭력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 대화가 결렬됐더라도 노동계와 계속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불법 총파업을 감행한다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 특히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가 파업에 참가하는 것은 엄단해야 한다. 공무원의 파업은 연금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 문제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국민들의 공공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신분이 보장된 만큼 국민들에게 봉사해야 하는 공복(公僕)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명분 없는 파업은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