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불투명한 공공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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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관은 중립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다."(KBS)

공공기관의 경영정보 공개에 대한 한은과 KBS의 반응이다. 13일 공개된 공공기관 경영정보 홈페이지(pubmis.mpb.go.kr)에는 314개 공공기관의 임원 인건비 등 경영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지 12월 14일 2면>

그러나 한은과 KBS(자회사 6곳 포함) 코너만 텅 비어 있다. 대신 두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연결돼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지만 한은 총재나 KBS 사장의 인건비 등은 나와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예산처가 추진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가 출발부터 꼬이고 있다. 자료를 제출한 한 공공기관의 임원은 "힘이 센 한두 기관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전체 공공기관의 경영투명성에 흠집이 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은과 KBS가 자료공개를 거부하자 금융감독원도 같은 이유로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셈이다.

한은은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으로 어떤 기관보다 공공성이 강하다. 비록 정부 지분이 없고,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지만 한은은 높은 공공성을 기반 삼아 존재하는 기관이다. 그런 한은이 '독립성'을 이유로 '공공성'을 입증할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대주주가 정부인 KBS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경영정보 공개는 공공기관의 현황을 투명하게 보임으로써 방만한 경영관행을 뿌리뽑자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임직원 비리나 과다 임금인상 등으로 국민 세금이 잘못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주주는 국민이다. 주주에게 '이렇게 경영을 하고 있다'고 알리는 것은 경영자에겐 최소한의 의무다. 투명한 공개로 주주의 신뢰를 얻는 게 경영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경영정보를 공개하면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한은과 KBS의 논리가 주주인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아무래도 버거워 보인다.

김종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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