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0.8%…4분기 연속 0%대 저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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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0%대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8%에 그쳤다. 4개 분기 연속으로 0%대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3%보다는 높아졌지만 지난해 이후 세 차례 금리 인하와 46조원 규모의 재정 확대 정책 후에 나온 성적표로는 초라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분기 성장률이 1%는 넘었어야 반등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올 1분기에도 재정을 조기 집행했으나 1%에 못 미쳤다는 건 그만큼 경기 회복세가 취약하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경제를 끌고 가는 두 바퀴인 내수와 수출 모두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6%로 지난해 4분기(0.5%)와 큰 차이가 없다. 1분기 수출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였다. 경상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다. 게다가 엔화와 견준 원화 값은 100엔당 900원 선마저 위협하며 연일 치솟고 있다.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내수·수출 부진은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 매출은 2.5% 감소했다. 한은이 2003년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그나마 경기를 떠받쳐온 서비스업 매출 증가율마저 2013년 0.8%에서 지난해 0.3%로 떨어졌다.

더 큰 위기는 위기의식 실종이다. 정치권은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정쟁에만 몰두하느라 경제 살리기는 뒷전이다. 그나마 총리의 사퇴로 국정 공백 사태는 더 길어질 우려가 크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물 건너 갔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시작했다. 그 사이 골든 타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올해 말이면 최경환 부총리를 포함한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정치권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팀 교체하느라 또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내후년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이 겹치면 국내 기준금리를 더 낮추기도 어렵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지금 이 시기가 무척 중요하다. 국민이 볼 때 이거다 싶은 ‘한방’ 있는 경기부양책과 기준금리 추가 인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구조개혁의 추진 속도를 올리고 성과를 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소비와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부가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발표한 각종 민자투자 사업도 결국은 민간이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를 실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대행은 “가계부채 증가와 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재정정책이 함께 가면서 효과적인 정책의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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